미국에서 앞으로 더 많은 동성애 및 양성애자 남성들의 헌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건 당국이 동성애·양성애 남성 등에 대한 헌혈 허용 범위를 크게 확대하는 등 관련 규정을 완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혈액 부족 현상이 심화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미 식품의약국(FDA)은 헌혈을 원하는 동성·양성애 남성의 성관계 제약을 최소화한 규정을 수개월 안에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검토 중인 규정안이 적용되면 성소수자 남성뿐 아니라 미국의 모든 헌혈 지원자들은 일률적으로 개별 위험평가를 거치게 된다.
위혐평가는 최근 3개월 내에 새로운 성관계 상대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위험도가 높은 방식으로 관계를 맺었는지 등을 묻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이 기간 새로운 상대와 특정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은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헌혈을 할 수 없다. 다만 HIV 감염 여부가 충분히 드러나는 3개월 뒤 다시 헌혈을 시도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파트너가 있었어도 특정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지 않은 경우나 동성부부 등 고정 파트너와 1명과 맺는 관계에 대해서는 헌혈 제한이 사라진다.
이번 규정안은 미국 바이탈란트, 원블러드, 적십자사 등 비영리 헌혈기구가 동성·양성애 남성 1600명을 대상으로 개별위험평가가 혈액 수급 안전성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한 뒤 마련됐다.
바이탈란트 연구소의 브라이언 커스터 박사는 “우리에겐 강력한 데이터 집합이 있다”며 “개별위험 기반 접근법이 어떠할지 그려볼 수 있는 관련성 높은 정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HIV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지던 1980년대부터 수년간 성소수자 남성들의 헌혈이 아예 금지됐었다. 이 같은 FDA정책은 1980년대 에이즈가 유행되던 때 만들어졌다.
그러다 FDA는 2015년부터 1년 이내 성관계를 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성소수자 남성의 헌혈을 허용했다. 또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혈액 부족 현상이 심화하자 2020년부터는 이 제한 기간이 3개월로 줄었다. 다만 헌혈에 앞서 개별화한 위험 평가를 완료해야 한다.
미적십자사 소속 수전 스트러머 박사는 “더 많은 사람이 헌혈을 할 수 있게 되면 계절적인 수급 부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디 킨즐리 노스캐롤라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한참 전부터 누구인지가 아닌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기반으로 혈액 수급을 보호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