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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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 땐 나 몰라라 하던 방송법 ‘무소속 꼼수’로 처리한 巨野

민주당 출신 의원 안건조정위 넣어
당리당략 위한 입법폭주 안 멈추면
다음 총선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행태가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민주당은 그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이 국회법상 마련된 이의 제기 절차(안건조정위)를 신청했지만, 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은 민주당 출신 박완주 무소속 의원을 야당 몫의 조정위원으로 지명해 안건조정위 구성의 ‘여야 3 대 3 동수’ 원칙을 무시했다.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법제사법위 소속 민형배 위원을 위장 탈당시켜 무소속 의원으로 만들었던 때와 비슷한 꼼수를 쓴 것이다. 방송법 개정안은 어제 과방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개정안은 현재 9~11명인 KBS, MBC 등 공영방송 이사회를 21명으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21명의 이사 추천권을 국회 5명, 시청자위원회 4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가 6명, 직능단체 6명(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각 2인) 등이 갖도록 했다. 공영방송 사장은 100명으로 구성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해 임명을 제청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은 “여야 정치권이 법적 근거 없이 임의로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를 추천하고, 정권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해온 행태를 개선하려는 취지”라고 주장한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사 추천권을 가진 방송직능단체, 시청자 기구 등이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장악했거나 이들과 가까운 성향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민주노총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영구장악 법안”이라고 강력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당 시절에는 방송법 개정안을 나 몰라라 했다가 야당이 되니 편법을 동원해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행태는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 공영방송 이사회를 13명으로 구성하고 3분의 2 찬성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냈다가 2018년 대선에서 집권하자 입장을 바꿔 전 정부가 임명한 KBS와 MBC 사장을 교체했다. 지난해 가짜뉴스를 처벌하겠다는 명분으로 비판 언론의 손발을 묶는 ‘언론재갈법’을 추진할 때도 방송법 개정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민주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대선에서 패배하자 지난 4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황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니 참으로 낯이 두껍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시절 거대 의석을 앞세워 임대차 3법, 공수처법 등 입법 폭주를 거듭했다. 그 여파로 4·7재보선과 3·9대선 등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그러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민생 위기를 막기 위한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지키지 않으면서 자당의 정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등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에도 입법을 강행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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