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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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으로 새 역사 쓴 '벤투 축구' 거칠 것 없이 8강 갈까

안정된 선수단 운영으로 값진 성과
(알라이얀(카타르)=뉴스1) 이광호 기자 = 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응원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22.12.3/뉴스1

파울루 벤투 감독의 지도 아래 4년 동안 '빌드업 축구' 한 우물만 판 한국 축구가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넘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에 도전한다.

지난 2018년 8월 대표팀에 부임한 벤투 감독은 같은해 9월 자신의 데뷔전인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부터 자신의 축구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수비진에서부터 차근차근 패스를 전개해 나가며 최대한 높은 공 점유율을 유지하다가 상대 위험지역에서의 빠른 패스로 득점을 노리는 이른바 '빌드업 축구'를 펼쳤다.

벤투 감독은 이후 이러한 전술적 틀을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약팀을 상대로 치른 월드컵 2차 예선 경기에서도, 본선 직전 강팀을 스파링 파트너 삼아 치른 평가전에서도 벤투표 축구는 변함없이 이어졌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년 만의 우승 기회로 여겨진 2019 아시안컵에서 개최국 카타르에 일격을 당해 8강에서 탈락했을 때 잠깐 벤투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2019년 10~11월 북한과 레바논을 상대로 치른 월드컵 2차 예선 경기에서 잇따라 0-0 무승부에 그쳤을 때도 벤투호는 악평을 들어야 했다.

지난해 3월 한일전에서 0-3 참패를 당한 것은 벤투 감독에게 치명타나 마찬가지였다.

벤투호는 10차전까지 치른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8경기 만에 본선행을 확정했다. 벤투 감독은 역대 가장 안정적으로 한국을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려놨으나 그를 향한 여론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그를 향한 비판은 크게 전술과 선수 선발에 집중됐다.

약팀을 상대로도 가끔 흔들리곤 하는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가 과연 세계적인 강호들과 겨뤄야 하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통할지 많은 팬들과 축구인들이 의심했다.

전문가는 물론 팬들도 매 경기 선발 라인업을 대부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선발 명단에 변화를 안 주는 점도 도마에 자주 올랐다. 뽑는 선수만 뽑고, 쓰는 선수만 쓴다는 비판이었다.

벤투 감독이 지난해 6월 한국 축구 사상 최장수 사령탑 신기록을 썼을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대 수혜자는 벤투 감독"이라는 비아냥이 축구계에서 나돌았다.

코로나19 탓에 찾아온 긴 A매치 공백기 덕에 벤투 감독이 장수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모든 비아냥과 비난을 '뚝심'으로 이겨냈다.

최종예선 경기를 거듭할수록 빌드업 축구는 완성도를 높여갔다.

과감한 패스가 강점인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안정적으로 볼을 배급하는 정우영(알사드)의 중원 조합이 잘 자리 잡으면서 너무 느리다는 지적을 받던 공격 전개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면면에 큰 변화가 없어 서로를 잘 아는 선수들의 패스 플레이는 점점 더 유기적인 흐름을 보였다.

결국 벤투호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새 역사를 섰다.

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2대 1로 승리하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0-0 무승부, 가나와 2차전에서 2-3 패배에 그쳤으나 3일(한국시간) 치른 포르투갈과 3차전에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면서 한국 축구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본선 무대에서도 '벤투표 축구'는 계속됐다.

우루과이전에서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로드리고 벤탕쿠르(토트넘) 등 세계적인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대등한 중원 싸움을 펼쳤다.

가나전에서는 시종일관 상대를 몰아쳤다. 0-2로 뒤졌다가 2-2로 기어이 승부의 균형을 맞춘 것은 한국 축구가 이전에 월드컵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강인한 모습이었다.

포르투갈전에서 한국은 부상을 입은 주축 수비수 김민재(나폴리) 없이 경기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김민재의 빈자리는 의외로 크지 않았다. 일관된 벤투호 축구를 잘 이해하는 권경원(감바 오사카)이 잘 메웠다.

심지어 벤투 감독 자신이 벤치에 앉지 못했는데도 그의 축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벤투 감독은 가나전에서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아 포르투갈전을 관중석에서 봐야 했다.

지난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기 후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는 모습.

그러나 그의 축구를 잘 아는 코치진과 선수들은 '하던 대로' 플레이해 승리를 만들어냈다.

태극전사들은 16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이뤄내면서 벤투표 축구에 대한 확신을 더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16강전 상대는 '최강' 브라질이다. 하지만 내친김에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에 도전하는 태극전사들의 눈빛에는 자신감만 가득하다.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 교체 투입된 황희찬이 질주하고 있다.

포르투갈전 역전 골의 주인공 황희찬(울버햄프턴)은 "브라질을 상대로 경기를 한다고 해서, 그냥 즐기는 데에만 의의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이기고, 잘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축구 선수로서 이기고픈 마음이 크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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