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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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만난 마크롱 "트위터 혐오 표현 규제해야" 견제구

온라인 공간에서의 아동 보호 강화 논의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혐오 표현 늘어
"테러·폭력 조장하는 극단주의자 막아야"

“트위터는 유럽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방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일(현지시간) 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독대하는 모습. 마크롱 대통령 트위터 캡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머스크가 트위터의 새 주인이 되면서 전보다 트위터 상에서 ‘혐오’ 표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테러리스트나 폭력적 극단주의자, 아동 학대자들의 트윗 규제를 촉구한 것이다.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머스크와 독대한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함께 적은 글에서 그는 “우리는 트위터와 협력해 온라인 공간에서의 아동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며 “오늘 머스크로부터 직접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머스크와 만나 명확하고 정직한 토론을 했다”며 “트위터는 투명한 사용자 정책을 취하는 등 유럽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표현의 자유를 보호함과 동시에 폭력을 조장하는 등 극단적 내용의 콘텐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작동하게 하는 기반”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 이른바 ‘위험 인물’들의 트위터 계정 이용정지 조치를 해제했다. 그러자 부작용도 나타났다. 성소수자 등 일부 집단을 겨냥한 혐오 표현, 폭력을 선동하는 극단주의적 언사,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가짜뉴스 등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며 머스크에게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트위터 상에서 혐오 표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트위터 사무실 전경. AP연합뉴스

프랑스는 2019년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총기난사로 51명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테러 등 증오범죄를 부추기는 온라인 활동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사건의 경우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가 무슬림을 겨냥해 일으켰는데, 자신의 범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17분 동안 생중계해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이후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그리고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가 의기투합해 폭력과 극단주의에 물든 온라인 콘텐츠를 강력히 규제하는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크라이스트처치 대책에 트위터도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머스크로부터 확인했다”며 “테러리스트와 폭력적 극단주의자가 설 곳은 없다”고 단언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불러일으킨 국제사회의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주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다. 뉴올리언스=AP연합뉴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마지막 방미 일정으로 이날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를 방문했다. 루이지애나주는 원래 프랑스령이었으나 19세 초 미국이 프랑스에서 사들였다. 지금도 프랑스 문화와 건축양식 등이 많이 남아 있고 프랑스어도 제법 널리 쓰인다. AP통신은 “프랑스 대통령의 루이지애나 방문은 1960년 샤를 드골, 1976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에 이어 마크롱이 3번째”라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을 영접한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우리가 프랑스와 맺고 있는 관계는 아주 특별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