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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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시아 원유 상한액, 배럴당 60달러 합의

유럽이 러시아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을 배럴당 60달러(약 8만원)로 설정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현재 러시아 우랄산 원유가 배럴당 7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 상한은 이보다 10달러가량 아래로 정해진 것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액을 이 같이 정하기로 진통 끝에 의견을 모았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이 전했다.

가격 상한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던 폴란드는 이날 결국 27개 회원국 중 마지막으로 동의했다.

폴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 가격상한을 더욱 낮추라고 압박해왔다.

합의는 가격 상한을 시장가격보다 5%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조정체계를 적용한다는 조항이 포함된다는 전제하에 이뤄졌다.

안제이 사도스 주EU 폴란드대사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아래로내려갈 경우, 가격 상한을 시장가격보다 적어도 5% 아래로 유지하는 조정체계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U 27개 회원국은 이에 따라 이르면 5일부터 국제적 협력국과 함께 러시아가 원유를 배럴당 60달러 이하에 각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원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다.

미국과 일본, 영국이 포함된 주요 7개국(G7)과 호주 역시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EU가 결정한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에 동참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G7과 EU, 호주는 상한액을 넘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한보험과 운송 등 해상 서비스를 금지한다.

원유 보험·운송 관련 주요 기업들이 주로 G7에 소속을 두고 있는 만큼 러시아가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예상했다.

참여국들은 원유가격 상한제를 통해 러시아가 더는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전쟁자금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참여국들은 향후 가격 상한을 2개월 단위로 재검토할 예정이다.

가격 상한이 상시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하는 원유 평균 가격의 5% 아래에 머무르도록 하는게 목표다.

당초 상한선으로 배럴당 65∼70달러 정도가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상한선을 두고 회원국 간 이견이 커서 합의에 난항을 겪었다.

G7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동참 입장을 공식화하는 한편 상한제 도입 이전에 체결된 거래는 예외를 두는 방식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G7은 “가격 상한제가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한 추가 조치도 고려할 것”이라고도 밝혔으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도 이번 합의를 환영했다.

미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상한선 적용으로 원유가 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될 수 있는 방안이 제도화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별도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푸틴의 주요 수입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수급 안정성도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지지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가 특히 높은 에너지 가격을 감당해온 중·저소득 국가들에 혜택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다만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러시아와의 원유 거래를 완전히 끊는 대신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짚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 애널리스트 조엘 행콕은 “핵심은 G7이 러시아 원유를시장에 붙잡아두길 원한다는 것”이라며 “러시아 원유 수출이 예상보다 높은 회복력을 보일 것이고, 상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도 “상한선이 어떻게 정리될지 신경쓰지 않는다”며 “우리 파트너들과 직접 협상할 것”이라고 말하며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러시아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러시아 매체 타스(TASS)와의 인터뷰에서 “EU가 스스로의 에너지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가격상한제에 동참하는 국가에 대한 원유 수출 중단 등 보복 조처를 할 것이라고 위협해 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