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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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페리뇽 ‘버블 마스터’가 빚는 프란치아코르타 벨라비스타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샴페인 양조 방식으로 빚는 이탈리아 최초의 프리미엄 프란치아코르타 벨라비스타 / 전설적인 돔 페리뇽 ‘버블 마스터’ 리샤 지오프로이 벨라비스타로 옮겨 양조총괄/ 당분 추가 안한 ‘알마 논 도사토’ 탄생
벨라비스타 그랑 뀌베 알마 논 도사토.

늦가을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는 이탈리아 호수의 윤슬. 어머니 품처럼 호수를 부드럽게 감싼 계곡을 따라 끊임없이 펼쳐진 포도밭. 그리고 숨이 멎을 듯 장엄한 알프스의 만년설까지. 보는 것만으로 영혼이 정화되는 수채화 같은 풍경이라니. “벨라 비스타!(Bella Vista·아름다운 전망)”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오네요. 여기에 더해진 알프스의 눈처럼 맑고 순수한 와인 프란치아코르타(Franciacorta) 한 모금 목젖으로 흘려보내자 입술을 간지럽히고 혀를 희롱하는 사랑스런 버블. 나른하던 눈 번쩍 떠지고 별일 없이 평범했던 하루는 보석처럼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샴페인을 능가는 이탈리아 스파클링 프란치아코르타 와인의 고향, 롬바르디아 프란치아코르타로 떠납니다.

프란치아코르타 풍경. 출처 협회 홈페이지
프란치아코르타. 출처 협회 홈페이지

◆프랑스엔 샴페인, 이탈리아엔 프란치아코르타

 

이탈리아 스파클링을 보통 스푸만테(Spumante)라고 합니다. 이탈리아어로 스파클링이란 뜻입니다. 그중에서도 베네토(Veneto) 지방에서 글레라(Glera) 품종으로 만드는 스푸만테를 프로세코(Prosecco)로 부릅니다. 피에몬테의 바롤로, 바르바레스코처럼 생산지통제규제(DOCG)를 받는 지역 이름입니다. 프랑스 샴페인과 스페인 까바는 2차 발효를 병에서 진행하는 전통방식, 트레디셔널 메소드(Traditional Method)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반면 이탈리아 스파클링은 샤르마(Charmat) 방식, 즉 탱크방식으로 만듭니다. 대형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1, 2차 발효를 모두 끝냅니다. 피에몬테 아스티에서 모스카토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 아스티(Asti)도 역시 탱크방식입니다. 이때문에 이탈리아 스파클링은 대량 생산하는 저가 와인으로만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답니다.

이탈리아 와인산지 지도. 와인폴리
프란치아코르타 풍경.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도 샴페인과 똑같은 전통방식으로 프리미엄 스파클링을 생산합니다. 프랑스에 샴페인이 있다면 이탈리아엔 프란치아코르타가 전통방식 스파클링을 대표합니다. 프란치아코르타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277년. 로마시대부터 수도사들이 이곳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빚었을 정도로 역사가 아주 오래됐답니다. 상파뉴에서만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으로 부를수 있듯, 롬바르디아의 프란치아코르타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만 병에 ‘Franciacorta’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법적 보호를 받는 독립된 DOCG이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아코르타 와인 풍미. 협회 홈페이지
피노 비앙코 포도.

양조 방식은 같지만 품종은 한가지가 다릅니다. 샴페인은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뮈니에로 만들고 프란치아코르타는 샤르도네, 피노네로(피노누아), 피노비앙코(피노블랑)를 씁니다. 샴페인은 레드 품종이 2개인 반면, 프란치아코르타에 레드 품종은 피노누아만 들어갑니다. 화이트 품종을 많이 넣는 전통방식 스파클링 와인은 산도가 좋고 우아함이 돋보이죠. 특히 프란치아꼬르타 생산량은 샴페인의 31분의 1, 프로세코의 29분의 1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생산량을 철저하게 통제해 품질을 관리합니다. 또 기후가 온화하고 일교차가 커 페놀산 숙성이 잘 진행되며 균형감 있는 산도와 당도, 그리고 뛰어난 향기와 숙성도, 구조감, 복합미와 여운을 남기는 와인이 탄생된답니다.

벨라비스타 와이너리.
벨라비스타 와이너리.
에티카 와인즈 세일즈 매니저 Dario Bergamini.

◆샴페인을 뛰어넘은 프라치아코르타 벨라비스타

 

프란치아코르타를 대표하는 생산자가 벨라비스타(Bellavista)입니다. ‘아름다운 전망’이라는 뜻을 지닌 벨라비스타 언덕 위에 자리잡은 와이너리에 들어서면 이제오 호수(Lake Iseo)와 포 밸리(Po Valley), 그리고 알프스의 산 기슭이 아름답게 펼쳐져 이런 와이너리 이름을 얻었답니다. 벨라비스타는 세계적인 와인유통그룹 에티카 와인즈(Ehhica Wines)를 통해 에노테카코리아가 수입합니다. 한국을 찾은 에티카 와인즈의 세일즈 매니저 다리오 베르가미니(Dario Bergamini)를 만나 벨라비스타 와인의 매력을 따라갑니다.

비토리오 모레티.
벨라비스타 포도밭.

벨라비스타는 건축과 호텔사업을 하던 비토리오 모레티(Vittorio Moretti)가 1977년에 설립했습니다. 수백년된 와이너리가 즐비한 이탈리아에선 비교적 짧은 역사입니다. 그럼에도 벨라비스타는 어떻게 최고의 프란치아코르타 생산자 반열에 올랐을까요. 샴페인은 반드시 2차 병발효를 거칩니다. 이때 죽은 효모와 함께 숙성되는 쉬르리(Surlees) 과정을 통해 빵내음과 견과류 같은 효모 풍미, 잘익은 사과향 등 과일향과 꿀향 등 풍성한 복합미가 와인에 담깁니다. 프랑스에서 크레망은 9개월, 기본급인 넌빈티지 샴페인은 1년, 빈티지 샴페인은 3년 숙성합니다. 그런데 프란치아코르타는 샴페인보다 긴 18개월을 병숙성합니다. 하지만 벨라비스타는 이보다 훨씬 긴 최소 3년에서 9년을 숙성합니다. 복합미가 극대화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벨라비스타 와이너리 전경.
쉬르리와 효모찌꺼기를 모으는 리들링.

또 포도밭을 147곳으로 세밀하게 나눠 구획별, 품종별로 분리해 발효합니다. 특히 40%는 와인에 깊이와 복합미를 부여하기 위해 오크 배럴(piece)에서 발효하고 나머지는 스틸 탱크(inox)에서 발효해 밸런스를 맞춥니다. 이렇게 만든 베이스 와인 130가지를 블렌딩해 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벨라비스타 와인들이 탄생합니다. 벨라비스타 이전의 프란치아코르타는 저가 와인을 대량생산하던 이미지가 강했지만 벨라비스타가 샴페인을 능가하는 최초의 프리미엄 프란치아코르타를 생산하면서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않던 프란치아코르타를 이탈리아 최고 등급인 DOCG로 승격시켜 유명 산지의 반열에 올려 놓습니다. 벨라비스타의 가장 큰 업적중에 하나죠.

비토리오 모레티 둘째딸 프란체스카 모레티와 와인메이커 마티아 베졸라.
벨라비스타 포도밭.

벨라비스타가 최고의 프란치아꼬르타를 생산하는 또 하나의 배경은 설립 초기에 최고의 포도밭을 대량 사들여 핵심인 노른자 포도밭을 대거 소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벨라비스타는 프란치아코르타 마을 10곳에 포도밭 203ha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와인메이커의 솜씨도 아주 중요하죠. 벨라비스타 와인메이킹을 이끈 이는 마티아 베졸라(Mattia Vezzola)로 2007년 이탈리아 최고 권위 매체 감베로로쏘가 선정한 올해의 와인메이커에 오를 정도로 솜씨가 뛰어납니다. 그는 1981년부터 40년동안 벨라비스타의 와인메이킹을 이끕니다.

돔 페리뇽 와인 메이커 시절 리샤 지오프로이.
리샤 지오프로이.

 

◆돔 페리뇽 버블 마스터가 빚는 벨라비스타

 

베졸라가 은퇴하고 양조 총괄을 넘겨받는 이는 바로 돔 페리뇽(Dom Perignon)의 유명한 ‘버블 마스터’ 리샤 지오프로이 (Richard Geoffroy)랍니다. 그는 28년 동안 와인메이커로 활동하며 돔 페리뇽을 세계적인 명작의 반열에 올려 놓았답니다. 2020년 벨라비스타에 합류해 와인 양조를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벨라비스타는 최근 당분을 추가하지 않은 그랑뀌베 알마 논 도사토(Grane Cuvee Alma Non Dosato)를 선보여 12월부터 한국시장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벨라비스타 그랑뀌베 알마 논 도사토.
벨라비스타 그랑뀌베 알마 논 도사토.

논 도사토는 도사주(Dosage)를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전통방식 스파클링은 효모찌꺼기를 병목으로 모아 빼내는 데고르즈망을 한 뒤 최종단계인 도사주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손실된 와인과 당분을 추가해 최종 당도를 결정합니다. 논 도사토는 즉, 당분을 전혀 추가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스파클링 와인의 당도를 표시하는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르면 리터당 잔당은 브륏나뚜르(Brut Nature) 0∼3g<엑스트라 브륏(Extra Burt) 0∼6g<브륏 0∼12g<엑스트라 드라이(Extra Dry) 12∼17g<섹(sec) 17∼32g<드미 섹(Demi Sec) 32∼50g<두(Doux) 50g 이상 순으로 당도가 높아집니다. 프란치아코르타도 비슷합니다. 프란치아코르타 협회의 규정에 따르면 빠 도제(Pas Dosé) 3g 이상<엑스트라 브륏6g 이상<브륏 12g이하<엑스트라 드라이12∼17g<섹 17-32g<드미 섹 33∼50g입니다. 

벨라비스타 그랑 뀌베 알마 논 도사토.
벨라비스타 그랑뀌베 알마 논 도사토.

알마 논 도사토는 도사주를 전혀 하지 않았으니 브륏나뚜르보다도 당도가 낮은 드라이한 스파클링이라고 보면 됩니다. 알마 논 도사토는 평균 25년 수령의 샤르도네 90% 피노누아 10%를 블렌딩했고 스틸 탱크 발효 베이스 와인 85%에 오크배럴 발효 베이스 와인은 15%로 제한해 신선함을 더 살렸습니다. 코에 갖다 대는 순간 잘익은 감귤류, 사과, 복숭아, 모과, 석류, 리치 등의 과일향이 풍성하게 느껴지고 엘더플라워 등 꽃향, 그리고 오랜 숙성에서 오는 쵸콜릿, 코코아가 어우러지면 섬세한 연주자의 손길처럼 멋진 화음을 냅니다. 버블은 매우 섬세하고 산도는 너무 뾰족하지 않고 신선해 음식맛을 해치지 않고 잘 북돋아 주네요. 오랜 효모 숙성에 오는 깊은 풍미가 길게 이어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도사주를 하지 않았지만 당도가 느껴질 정도라는 너무 드라이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잘 익은 과일에서 우러나는 과일향 덕분입니다. 음식을 부르는 매력적인 프란치아코르타네요. 이 와인은 국내에서 워커힐 호텔 에노테카샵에서만 판매합니다.

벨라비스타 라 스칼라 브륏 2016.
벨라비스타 라 스칼라 브륏 2016.

벨라비스타의 명성은 240년 전통의 세계 3대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Teatro alla Scala)의 공식 와인 선정으로 이어집니다. 2010년부터 공식 와인으로 쓰이는 벨라비스타 라 스칼라는 25년 이상 수령의 샤르도네 76%, 피노네로 24%를 섞어 최소 5년 이상 병숙성을 거쳐 세상에 나옵니다. 쑥, 월계수 잎 같은 독특한 허브의 아로마, 잘 익은 사과 등 과실 풍미, 브리오슈 등 빵의 깊은 풍미가 잘 어우러집니다. 매년 비니탈리(Vinitaly)직후 열리는 이탈리아 오스카 델 비노(Oscar del Vino)에서 2013년 최고의 스파클링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벨라비스타 셀러.
벨라비스타 그랑 뀌베 알마 브륏.

벨라비스타 그랑 뀌베 알마 브륏(Grand Cuvee Alma Brut)은 벨라비스타를 대표하는 기본 와인입니다. 선별된 60개의 뀌베를 블렌딩하며 샤도네이 79%, 피노네로 20%, 피노비앙코 1%이며 최소 4년 이상의 병숙성 기간을 거칩니다. 미세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버블이 입안을 계속 간지럽히며 모란과 작약같은 커다랗고 하얀 꽃과 잘 익은 배, 복숭아, 사과향 등 과일향, 효모 숙성이 주는 페이스트리와 바닐라향이 부드럽게 어우러지고 입에는 미네랄도 돋보입니다. 알마는 ‘심장’이란 뜻으로 벨라비스타 프란치아코르타가 어떤 본질을 지녔는지 확연하게 보여줍니다.

프란체스카 모레티.
슈퍼투스칸 페트라.

벨라비스타는 현재 둘째 딸 프란체스카 모레티(Francesca Moretti)가 CEO를 맡아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2016년부터 CEO를 거쳐 2020년부터 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벨라비스타는 토스카나 서쪽 해안가 마렘마(Maremma)에서 수퍼투스칸 페트라(Petra)를 선보이는 등 롬바르디아, 사르데냐에 6개 와이너리를 만들었고 포도밭 1154ha를 소유한 테라 모레티 비노(Terra Moretti Vino) 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