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악어은행’(Crocodile Bank Trust)으로 불리는 파충류 동물원에서 사육하던 악어 1000마리를 약 1900㎞ 떨어진 다른 동물원으로 옮기는 희대의 수송작전이 펼쳐져 눈길을 끈다. 기존의 사육 공간이 너무 비좁아 악어들끼리 서로 싸우는 등 열악해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州) 첸나이 부근에 ‘마드라스 악어은행’이란 이름의 파충류 동물원이 있다. 마드라스는 첸나이의 옛 이름이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멸종 위기에 처한 인도 악어를 보호하기 위해 1976년 설립됐다. 당시만 해도 악어는 40마리에 불과했다.
문제는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악어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해 약 3만4400㎡의 한정된 사육 공간으로는 수용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악어은행 관계자는 BBC에 “악어들의 밀집도가 너무 심해져 싸움이 잦아지고 심지어 다른 악어가 낳은 알을 깨부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며 “재배치가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악어들을 다른 동물원으로 옮기기로 한 결정은 악어들한테 더 살기 좋은 공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악어은행의 악어들이 옮겨갈 곳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의 그린(Green)동물재활센터다. 인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억만장자인 무케시 암바니(65) 회장이 소유한 일종의 사설 동물원이다. 이곳은 전체 면적이 약 172만㎡로 악어은행보다 훨씬 넓다. 생긴 지 3년 밖에 안돼 각종 시설이 최신식이고 여러 모로 쾌적하다. 동물원 측은 “악어은행에서 옮겨오는 악어들은 새 보금자리에서 충분한 공간과 음식, 그리고 보살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악어은행이 공간 부족을 이유로 악어를 다른 동물원에 보내는 건 흔한 일이었지만 이번처럼 1000마리씩이나 옮기는 작업은 극히 이례적이다. 악어은행에서 그린동물재활센터까지는 거리가 무려 1931㎞에 달한다. 악어은행 관계자는 “악어 수송에는 온도조절 장치가 달린 특수 차량이 동원된다”며 “악어들은 나무상자 안에 넣어진 채 차량에 실려 이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거리 여행 도중 병이 나거나 굶어죽을 가능성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악어들은 일주일에 한 번만 먹이를 주면 되기 때문에, 여행 전에 먹이를 충분히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재배치 대상인 1000마리 가운데 현재까지 약 300마리가 이동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에선 이 동물원에서 저 동물원으로 악어를 옮기는 건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어느 환경운동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동물들을 그때그때 재배치하는 대신 인도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