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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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경부, 그린워싱 기업의 ‘녹색기업’ 지정 막는다

녹색기업 지정제도 운영 개선방안 마련
“그린워싱 판단기준 마련…제재 제도화”
‘온실가스 감축’ 평가 비중 제고

환경법 위반 기업 제한도 강화

환경부가 앞으로 ‘녹색기업’ 지정 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기업을 걸러내기로 했다. 자세한 설명 없이 ‘친환경’ 관련 용어를 남발하거나 친환경 상품으로 속여 거짓 광고하는 등 그린워싱으로 판단되는 경영활동이 확인되는 경우 녹색기업 지정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5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녹색기업 지정제도 운영 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내년 중 이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그린워싱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녹색기업 지정·재지정 평가 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녹색기업으로 지정된 한 석탄화력발전소가 매출액 중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5%도 안 되는데 ‘탄소중립 선도기업’이라고 홍보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런 그린워싱 경영활동에 대한 제재를 제도화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녹색기업 지정 제도는 기업의 자율적인 친환경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돼오고 있다. 녹색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은 정기점검 면제, 허가사항의 신고 대체 등 규제 혜택을 누린다. 올 8월 말 기준 녹색기업은 105곳이다. 

 

개선방안 자료에는 그린워싱 판단 기준으로 ▲일부 환경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환경문제 야기(숨겨진 상충효과) ▲자세한 설명 없이 친환경과 관련된 용어 남발(모호함) ▲친환경적 특징은 있으나 비교 대상보다 덜 해로운 것을 친환경 광고(덜 해로운 것) ▲친환경적 요소가 없음에도 친환경 상품인 것처럼 광고(거짓말) 등이 제시됐다.

 

다만 실제 녹색기업 지정제도에서 활용될 기준이 이대로 확정되는 건 아니다. 내년 7월까지 진행되는 ‘녹색기업 지정제도 개선 및 활성화 방안 연구’ 결과에 따라 구체적 내용이 결정될 예정이다.

 

이 연구는 녹색기업 평가 요소 중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비중 상향을 위한 세부안도 검토한다. 현재 배출량 관련 평가 비중은 11% 정도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중립의 중요성에 비해 그 배점이 너무 낮다는 판단에 따라 추후 온실가스 부문 비중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업종의 녹색기업 지정 해제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환경 관련법 위반 기업에 대한 녹색기업 지정 제한도 내년 상반기 중 강화한다.

 

일단 운영규정을 개정해 대기환경보전법·물환경보전법상 배출허용기준 초과에 따른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무조건 녹색기업 지정이 취소되도록 할 예정이다. 환경청장은 관할 녹색기업이 환경 관련법을 위반하면 그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다만 현행 규정에 따르면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에는 심사위원 의견을 들어 지정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대기배출 허용기준을 초과한 암모니아를 배출해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으로 개선명령을 받은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이 이같은 심사를 거쳐 녹색기업 지위를 유지한 바 있다.

 

환경 관련법 위반 기업의 녹색기업 지정 신청 제한기간도 현재 2년에서 3년으로 늘린다. 녹색기업 지정이 취소된 기업의 제한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 업무상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화학사고가 발생한 기업은 5년간 신청을 제한하기로 했다. 

 

노웅래 의원은 “환경 관련법을 위반해도 녹색기업으로 재지정되는 등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된 사례가 있었다”며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도록 녹색기업 제도가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