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오브 하이스쿨’을 시작할 때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래서 ‘내 취향을 짬뽕시켜(섞어) 가지고 놀아보자’, 그러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제가 좋아했던 것들을 섞어서 지금의 ‘갓 오브 하이스쿨’이 나왔습니다.”
네이버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이 지난달 3일 570화(에필로그·후기 포함)를 끝으로 11년이라는 대장정을 마쳤다. 최근 서울 한 카페에서 만난 박용제 작가는 “소년만화 장르 특성상 오래 연재할 것을 예상했지만, 11년 동안 할 줄 몰랐다”며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게 나한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2011년 4월8일 첫선을 보인 웹툰은 호쾌한 액션과 화려한 작화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웹툰으로는 이례적으로 해외 연재를 비롯해 웹소설과 애니메이션, 모바일 게임 등으로 제작됐다. 다만 너무 긴 연재 기간으로 다양한 악당이 등장해 ‘최종 악당’이 누구인지에 대한 독자들의 불만 아닌 불만이 많았다.
박 작가는 초반에 최종 악당이 ‘박무진’(본명 박무봉)이라는 것만 설정했다. 그는 ‘진모리’의 안티테제(정반대)로, 신에 의해 모든 능력을 빼앗긴 뒤 인간의 도움으로 힘을 되찾고 인간 편에 선다는 점에서 둘은 비슷하다. 하지만 진모리는 인간과 인간을 돕는 신까지 동료로 받아들이지만 박무진은 오직 인간, 그중에서 차력이라는 힘을 가진 인간만 위한다.
“박무진이 메인 빌런이 되고 진모리, ‘한대위’, ‘유미라’ 3인이 끝까지 살아남는 것으로 웹툰을 시작할 때 설정해 놓았어요. 다만 인간인 박무진이 어떻게 성장해 신인 진모리에 대적할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었죠.”
진모리는 중국 고전 ‘서유기’의 손오공이 환생한 인물이다. 태초부터 신이었던 존재. 반면 박무진은 순수한 인간으로, 그가 신에 대적하기 위해선 “역사”가 필요했다.
“‘갓 오브 하이스쿨’은 전형적인 ‘먼치킨’물입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이죠. 하지만 주인공이 너무 강한 까닭에 이야기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선 주인공을 약화시키거나 악당을 강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했죠. 6부는 그런 내용입니다.”
웹툰 307화까지가 5부로, 진모리가 대회에서 우승하고 신과 싸우는 내용이다. 나머지 6부는 신과 싸움으로 힘이 약해진 진모리가 다시 강해지고 세계대통령으로 막강한 파워를 가진 박무진과 싸우는 내용이다.
“6부에서 박무진의 서사가 많이 등장하는데, 독자들은 주인공의 이야기만 보고 싶지 악당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요. ‘먼치킨(막강한 힘을 가진 인물)’이었던 주인공이 약해지니 떠나는 독자도 있었죠. 댓글에 레시피까지 적히면서 ‘이거 잘못하다가 ‘레시피각’이겠는데’라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레시피각’이란 조리법(레시피)이 적힌 댓글이 ‘좋아요’를 많이 받아 인기댓글로 뽑히게 하는 방식으로, ‘웹툰보다 레시피가 더 재미있다’는 식의 반어법적인 독자 반응을 뜻한다. 박 작가는 “다행히 박무진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있어서 ‘레시피각’까지 가지 않았지만 위험했다”고 회상했다.
인터뷰하는 동안 박 작가는 ‘드래곤볼’을 자주 언급했다. “‘갓 오브 하이스쿨’은 ‘드래곤볼’에 대한 나의 오마주”라고까지 설명했다. 진모리 머리 스타일이 ‘드래곤볼’ 손오공과 비슷한 점, 진모리 능력을 뻥튀기하는 기술인 ‘제아봉침’이 ‘드래곤볼’의 ‘계왕권’을 차용한 점 등이다.
이에 대해 박 작가는 “‘드래곤볼’은 내가 작가를 하는 데 많은 영감을 준 만화”라며 “조산명(鳥山明·‘드래곤볼’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을 만나는 게 내 인생의 소원, 버킷리스트”라고 말했다.
‘갓 오브 하이스쿨’에는 대전 액션 게임 ‘더 킹 오브 파이터즈’도 영향을 미쳤다. 1994년 출시된 해당 게임은 3명의 캐릭터를 선택해 3판2승을 하면 이기는 방식이다. 박 작가는 “‘갓 오브 하이스쿨’의 뿌리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로, 어렸을 때 했던 아케이드 게임 방식을 그대로 웹툰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우리나라 웹툰 작가 1세대로, 11년간 웹툰을 그리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고 말했다. 경제적 수입도 증가했지만, 웹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처음 웹툰을 했을 때는 ‘그런 걸로 먹고살 수 있냐?’ ‘웹툰은 누가 봐’라는 등의 말을 많이 들었어요. 지금은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태국 등 해외에 웹툰이 수출될 정도로 인기와 위상이 높아졌죠. 웹툰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이러한 웹툰 시장의 극적인 변화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겪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후속작으로 또 다른 형태의 소년만화를 내고 싶다는 박 작가는 지금 당장은 좀 쉬고 싶다고 했다. “끝까지 ‘갓 오브 하이스쿨’을 쫓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갓 오브 하이스쿨’ 때와 달리 5년 내에 이야기가 끝나는 빠른 전개의 웹툰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