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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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역 무정차 검토’ 서울교통공사 본부 지시 있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업소장, 역장에 전달 않고 ‘묵살’
특수본, 당사자 피의자 추가 입건
‘허위 보고’ 용산보건소장도 입건
입건 피의자 총 21명으로 늘어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하기 전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서울교통공사 본부의 지시가 있었지만 현장 총책임자가 무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5일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 등 3명을 추가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본은 이권수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 소장은 참사가 발생한 10월29일 저녁 ‘이태원역의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본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법정 향하는 경찰 고위직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과 정보 보고서 삭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왼쪽 사진)이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이태원 위험 요소를 분석한 정보 보고서를 참사 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가운데 사진)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도 이날 심문을 위해 같은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서울교통공사 영업사업소 및 역 업무 운영 예규에는 ‘승객 폭주와 소요 사태, 이례 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역장이 종합관제센터에 상황을 보고하고 무정차 통과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소장은 이태원역을 포함해 서울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봉화산역 구간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다. 참사 직전 오후 6∼10시 이태원역에서만 4만3000여명이 하차하는 등 인파가 폭증했는데도 이 소장이 본부의 지시를 묵살하면서 압사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 특수본의 판단이다. 이 소장은 참사 당일 핼러윈 대비 근무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이태원역에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동묘영업사업소는 핼러윈 전부터 이태원역의 승객 폭주를 예측하고 있었다. 이 소장이 결재한 ‘2022 이태원 핼러윈 데이 특별수송 계획’ 보고서에는 참사 당일 오후 5시부터 이튿날 0시까지 근무자를 13명 추가로 투입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출구별로 경찰 지원을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접 역인 녹사평역·한강진역을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는 안내방송 문안도 마련돼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본부의 지시를 받은 이 소장이 이태원역장에게 다시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참사 전 4시간 동안 인파가 이태원역 1번과 2번 출구로 쏟아져 나왔는데, 이런 부분이 사고 장소에 인파가 밀집한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역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이 희생자를 위해 남겨진 메시지와 조화로 가득차 있다. 연합뉴스

특수본은 이날 최재원 용산보건소장과 용산서 112상황팀장도 입건했다. 최 소장은 참사 당시 현장에 늦게 도착하고도 구청 내부 보고 문서에는 현장에서 구조 지휘를 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기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행사)를 받는다. 용산서 112상황팀장은 참사 당일 상황실 신고 처리 및 사고 후 구호 조치를 적절히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함께 입건했다. 이날까지 특수본이 입건한 피의자는 총 21명이다.

 

특수본은 주요 피의자에 대한 신병 처리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는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특수본은 이들의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된 데다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수본은 이들에 대한 신병 처리를 시작으로 소방과 구청 책임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 관계자는 “주최자가 있든 없든 지역 축제의 안전 관리 책임은 일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보고 있다”며 “(추가 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권구성·장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