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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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명수, “추천위 의사 존중하라”는 법관회의 주문 새겨듣길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장이 법원장 인사를 단행할 때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안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의결됐다. 대표회의는 어제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정기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투표 참석자 91명 중 찬성 59명으로 가결했다. 2019년 김명수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추천제는 법관의 관료화를 깨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일부 법원에서 판사들이 추천한 법원장 후보를 대법원장이 임명하지 않아 제도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 권한을 분산시키기보다 오히려 인사 재량권을 넓혀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대표회의의 이번 주문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다만 후보추천제 개선 방안 중 하나였던 최다 득표자 임명 의견은 최종 의결안에서 제외됐다. 최다 득표자 보임을 원칙으로 하면 선거가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앞서 법원장 후보군에 속한 판사들이 표를 얻기 위해 동료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글을 돌리는 일이 발생해 ‘사법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제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후보추천제의 존폐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 바람직한 제도로 이끌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김 대법원장 측근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법 송경근 민사1 수석부장판사가 중앙지법뿐 아니라 청주지법 법원장 후보에도 겹치기 후보 등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 경력 22년 이상, 법관 재직 10년 이상’인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판사 3명 이상의 천거만 있으면 법원장 후보 선출 투표에 나갈 수 있다. 겹치기 입후보가 규정 위반은 아니라지만 두 군데 법원장 후보로 등록한 경우는 없었다. 아무리 법원장 자리가 탐이 났더라도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중앙지법 법원장 후보로 나선 이들의 면면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송 판사와 김정중 민사2 수석부장판사는 모두 김 대법원장이 직접 임명한 수석부장들이고, 반정우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의 전 비서실장을 거쳤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산하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장인 이영훈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법원 내부 게시판을 통해 ‘서울중앙지법 법원장 후보가 모두 김 대법원장 측근’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법원장은 측근 ‘알박기’ 인사를 밀어붙여선 안 될 일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 나름의 개선 조치가 빛이 바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