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아내와 두 아들 살해한 40대, 첫 재판서 혐의 인정… “현재 상황이 현실 같지 않아”

아내와 두 아들을 무참히 살해한 40대가 6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유족 측은 법정 대리인을 통해 기억상실장애를 주장하는 피고인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부 남천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5)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28일 ‘광명 세 모자 살인 사건’ 피의자 40대 A씨(가운데)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이 열린 경기 안산시 단원구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감형을 위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8년 전 해리성 기억상실 장애를 앓았고 사건 발생 한 달 전쯤 기억이 차츰 돌아와 혼란을 겪는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분노가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현재 상황이 현실 같지 않지만 제가 한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인간적으로 도의적으로 법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것을 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A씨는 지난 10월25일 오후 8시10분쯤 경기 광명시 한 아파트의 자택에서 아내(42)와 두 아들(15세·10세)이 평소 자신을 무시하며 대든다고 생각해 미리 준비한 둔기와 흉기로 이들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2년여 년 전 회사를 그만둔 뒤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면서 아내와 자주 말다툼하는 등 가정불화가 심해진 와중에 첫째 아들이 자신의 슬리퍼를 허락 없이 신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폭언한 뒤 가족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살해 직전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집으로 들어가 큰아들과 아내, 막내아들을 차례로 살해했다.

 

범행 후 인근 PC방에서 2시간가량 만화를 보다가 집으로 돌아온 그는 “외출하고 오니 가족들이 칼에 찔려 죽어있다”며 울면서 119에 신고했다.

 

유족 측 변호사는 피고인의 기억상실 주장이 거짓이라며 피해자의 가족들이 법정에서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한 상태다.


안산=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