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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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車 유가보조금 제한에 일각 “위법 소지 가능성”

정부, 운송 거부 제재성 시행 방침
“유가보조금제 취지와 무관한 사유”

보조금제 유류세 부담 완화 목적
방화 노조원 보조금 끊은 울주군
대법원, 2016년 “부당” 선고 판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2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꺼내든 ‘유가보조금 1년 제한 방침’ 카드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거 대법원이 유가보조금 제도의 목적과 무관하게 지급을 제한하는 것은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정부가 실제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 ‘위법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6년 8월 A씨가 울산 울주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유가보조금 환수 및 지급정지 6개월 처분 취소’ 소송에서 울주군수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민주노총 광주지역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린 7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앞에서 노동자들이 안전 운임제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화물연대 조합원인 A씨는 2012년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동료 B씨의 부탁을 받고 시너 등을 구해 전달했다. B씨는 A씨가 갖다준 시너를 이용해 비조합원 화물차량 20대에 연쇄적으로 불을 질렀다. B씨는 1심에서 일반자동차 방화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A씨 역시 방화를 방조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A씨 거주지인 울주군 측은 A씨에게 지급한 유가보조금을 환수하고, 6개월간 보조금 지급을 정지한다고 통보했다.

당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은 유가보조금의 지급 대상과 방법 등을 국토교통부 장관 고시로 규정했는데, 해당 규정은 ‘집단적으로 화물 운송을 거부·방해하거나 이에 동조해 국가 물류 체계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를 화물 차주의 금지행위로 삼았다.

대법원은 해당 규정에 따른 유가보조금 환수 및 지급정지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가보조금 제도는 유류세액이 인상돼 운송사업자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게 되자 운수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며 “제도의 목적에 반하지 않거나 보조금 제도와 무관한 사유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유로 정했다면, 화물자동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보조금의 지급과 관련해 부정이 개입된 것 등과 같은 경우가 아니면 환수 및 지급정지의 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의미다. 판결 이듬해인 2017년 12월 정부는 문제가 된 규정을 삭제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감안하면 정부가 운송을 거부하는 화물 차주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가보조금 1년 제한’ 카드 또한 현행 화물자동차법하에서는 위법적인 처분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영관 변호사(법무법인 세광)는 “정부가 당장 보조금 지급을 정지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전 판례나 현행 규정을 따져보면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환수할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