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대표하는 근골격계 초음파·MRI(자기공명영상장치) 지원을 축소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과 해외 장기체류자는 입국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지나치게 의료 이용이 많은 경우 본인 부담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보상도 늘리기로 했다. 불필요한 의료 남용을 줄이고 ‘무임승차’를 더 어렵게 하겠다는 얘기다. 건보 재정 누수를 막는 바람직한 조치지만 개혁 강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정부는 대선·지방선거의 표심을 잡기 위해 초음파·MRI 진료비와 대형병원 2·3인실 입원비까지 건보 적용을 대폭 넓혔다. 그 결과 초음파·MRI 진료비의 경우 급여 항목으로 전환된 2018년 1891억원에서 지난해 1조8476억원으로 3년 새 10배나 폭증했다. 연간 150회 이상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만 19만여명에 달했을 정도로 ‘의료 쇼핑’이 만연했다. 일부 병원은 ‘MRI 검사비 할인’ 등의 광고를 내걸고 과잉 진료를 부추겼다. 문 케어로 5년간 늘어난 건보 지출만 18조5000억원에 달한다. 의료 과소비를 조장하는 포퓰리즘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이같이 도덕적 해이가 극성을 부리니 건보 재정이 멀쩡할 리 없다. 매년 가입자로부터 걷어가는 돈은 늘었지만, 건보 재정은 악화일로다. 복지부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내년에 1조4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2029년이면 적립금이 바닥난다. 2050년에는 누적 적자가 2518조원, 2060년에는 5765조원에 달할 것이란 경고가 나올 만큼 심각하다. 감사원도 지난 7월 건보 재정 관리 실태 감사를 통해 외부 통제 방안 마련 등 지배구조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정부와 국민 모두 파탄 위기에 처한 건보 재정 실태를 제대로 인식해야 할 때다.
내년 직장인 건강보험료율이 처음으로 7%대에 진입했다. 이런 추세라면 윤석열정부 임기 내에 법정 상한선인 8%에 도달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건보 재정 낭비는 방치한 채 건보료만 올리면 국민의 저항이 커지게 마련이다. 문 정부의 실책을 반면교사 삼아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의료 환경을 개선하되 필수 서비스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건보료 체계를 개편해야 옳다. 급격한 노령화 대비와 미래 세대의 부담 완화를 위해서라도 건보 구조 개혁은 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사설] 초음파·MRI 지원 축소, ‘文케어’ 수술 이 정도로 되겠나
기사입력 2022-12-08 23:35:26
기사수정 2022-12-09 02: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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