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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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급한 예산안은 미루고 이상민 해임안 강행 처리한 野

국정조사 합의해 놓고 납득 안 돼
예산안 정기국회 처리 불발 오점
15일에는 반드시 합의 처리해야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해임안이 상정되자 국회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야유로 아수라장이 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처리에 반발해 집단 퇴장했다. 야당 단독 처리에 국민의힘 소속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는 등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 의결 당시처럼 이번에도 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은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럴 경우 정치적 역풍이 불 것이라는 점을 민주당은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이 왜 이렇게 강수를 고집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 장관 해임안과 예산안 중 뭐가 더 시급한가. 내년 나라 살림살이를 조금이라도 걱정한다면 당연히 후자다. 민주당은 여권을 압박한 끝에 국정조사 카드를 관철했다. 국조 계획서까지 채택된 마당에 이 장관을 해임하자고 하는 것은 호응을 얻기 어렵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는 속셈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집권당으로서 야당을 설득하고 협치를 모색하는 기본적 책임을 다했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겼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9일에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이다. 여야는 그제 협상을 재개해 15일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 기간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15일 현재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 또는 (야당 단독) 수정안을 표결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는 게 김진표 국회의장의 설명이다. 여야 합의가 안 될 경우 국회 재적 과반(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자체 수정안을 강행 처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전개될까 우려된다.

예산안 협상의 최대 쟁점은 법인세 인하 문제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는 정부안을 민주당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틴 것이다. 이 장관 해임안 단독 처리로 예산안 협상은 더 복잡하게 꼬이게 됐다. 예산안,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법인세 등을 놓고 고난도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사안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급한 것은 예산안이다. 이 장관 해임안, 국조와는 별개로 15일에는 예산안을 반드시 합의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