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규모가 저출산·고령화로 30여년 후면 인도네시아·이집트·나이지리아 등 인구 대국에 밀려 세계 15위권 밖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나왔다. 앞서 미국 CNN방송은 “역대 한국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000억달러(약 260조원) 비용을 투입했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경고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해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는 건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방증이다.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6일(현지시간) 내놓은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2020년대 2%에서 2040년대 0.8%로 떨어진 뒤 2060년대에는 -0.1%, 2070년대에는 -0.2%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나라는 분석 대상 34개 나라 가운데 한국이 유일했다. 이에 따라 현재 경제 규모 세계 12위인 한국은 2050년에는 15위 밖으로 밀려나고 인도네시아(4위), 이집트(12위), 나이지리아(15위) 등이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다는 것이다. 2075년이 되면 필리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나라에도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 경제 규모가 갈수록 뒷걸음질 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CNN은 지난 4일 “한국이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입해도 저출산을 막기 어렵다.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정부가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15년간 3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외려 저출산 속도만 가팔라졌다. 한국의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갈아치웠다. 출산 절벽, 인구 재앙 수준이다. 출산과 보육 중심의 현금 지원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민 활성화 정책 추진도 현실적 대안이다. 해외 우수 인력의 이주 문제를 전담할 이민청 설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김대중정부 때부터 이민청 신설 논의가 있었지만 내국인 일자리를 뺏고 미등록 외국인이 많아져 범죄가 발생할 것이라는 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출산율 저하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설] 저출산 한국 경제, 2050년엔 나이지리아에도 밀린다니
기사입력 2022-12-12 23:35:58
기사수정 2022-12-12 23: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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