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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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서훈 구속기소에 “文 고발할 것. 진실 밝히는 시작”

친형 이래진씨 “일말의 양심 있다면 진실규명 의무 다하길”
하태경 ”文, 직접 지시 없었다면 국기문란. 입장 밝혀라“
서해상에서 실종됐다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오른쪽)가 지난 2020년 10월21일 인천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위령제를 위해 연평도행 여객선에 승선하기 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2년 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구속기소된 데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제 국민 앞에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고발 방침을 밝혔다.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12일 국회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기자회견을 통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금주 소환된다는 보도가 있는데 박 전 원장 기소 후 변호인과 상의해 문 전 대통령 고발장을 제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 전 실장의 기소는 진실을 밝히는 시작”이라며 “이제 동생 사건의 최고 책임자였던 문 전 대통령이 국민 앞에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으로부터 모든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고 말했다”며 “지시했고 승인했다는데 책임은 없었고 변명과 말장난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우리 유가족들을 더 절망케 한 것은 문 전 대통령이었다”며 “동생의 피격사실을 은폐하고, 월북몰이를 주도한 서훈을 ‘최고의 안보전문가 협상가’라 칭하고 두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 전 실장 기소장을 통해 ‘살아있으면 건져 주고 죽었으면 그냥 두라’는 말이 있다는 걸 들었을 때 어떤 식으로 어떤 범위까지 고발 구속해야 할지 참담했다”며 “어떻게 이런 말을 숨기고 감추며 감히 무례하다, 화났다는 말을 하는지 참담하다”고 문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억울함을 풀어주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한 조카와의 약속을 지금이라도 지켜달라”며 “지금이라도 국민이 바라는 진실 규명에 의무를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도 “서 전 실장은 고 이씨가 북한에 의해 피격 소각된 사실을 파악하고 9월23일 새벽 1시쯤 개최된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보안 유지’ 명목으로 사건 은폐를 지시했다”며 “서 전 실장이 대통령의 지시 없이 이런 일을 했다면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다.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이씨 생존 당시 받았던 서면보고 분량 ▲이씨 생존 당시 문 전 대통령에게 이뤄진 보고 내용과 횟수 ▲생존사실을 보고 받은 뒤 즉각 구조지시를 내리지 않은 이유 등에 직접 답하라고 요구했다.

 

하 의원은 “검찰이 수사하는 것보다 문 전 대통령이 국민 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대외안보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다. 진상은 대통령에게 다 보고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구속되는 상황까지 왔는데 진상규명에 소극적이고 사과 한 마디도 없지 않느냐”며 “전모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문 전 대통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지난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서 전 실장을 구속기소했다.

 

서 전 실장은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쯤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합참 관계자와 김 전 청장에게 보안 유지 조치를 하라고 지시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