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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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도 숯가마 忍苦의 일곱밤… 불이 익어갑니다 [밀착취재]

전통방식 숯 만드는 강원 치악산참숯을 가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다. 추운 겨울 누구보다 뜨거운 현장에서 땀 흘리는 이들이 있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숯가마 앞에서 일하는 참숯 장인들이다. 참숯공장을 찾아가 참숯 제작과정을 지켜봤다.

뜨거운 열기로 활활 타오르는 참숯을 꺼내자 불꽃이 사방으로 날리며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강원 원주시 소초면에 위치한 치악산참숯은 전통방식의 참숯을 제조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3대 숯가마로 꼽힌다. 참숯은 제조 방식에 따라 백탄과 흑탄으로 나뉘는데, 치악산참숯에서는 백탄을 제조한다. 현장에 도착하니 숯 장인들이 황토숯가마에서 숯을 빼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참나무를 싣고 온 운반차에서 참나무를 옮겨 한쪽에 쌓고 있다. 치악산참숯에서 연간 참나무 2000t을 사용한다고 한다.

숯가마 13개 중 매일 한 숯가마에서 참숯이 나온다. 숯 장인들은 매일 아침 참숯 제조에 사용될 참나무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숯가마에 빈틈없이 채워 넣는다. 그 양이 무려 8t이나 된다. 그런 다음 숯가마 입구를 황토벽돌과 진흙으로 밀봉해 외부 공기 유입을 막은 다음 불을 붙인다. 오후에는 7일 동안 숯가마에서 구워진 참숯을 꺼낸다. 숯이 다 익어갈 때쯤이면 연기가 파란색으로 바뀌면서 거의 나오지 않게 된다.

공기 주입을 위해 7일 동안 타고 있는 숯가마 입구 아래를 허물고 있다.

숯을 빼기 전 입구 아래를 조금 허물어 공기를 주입해 1300도 이상의 고온으로 한 번 더 굽는다. 한 숯가마에서 생산되는 참숯(백탄)의 양은 700~800㎏이다. 아직 활활 타오르는 숯을 빼 큰 사각 철통에다 옮겨 담고 뚜껑을 닫았다. 불길을 잡고 열기를 식히기 위함이다. 이렇게 숯의 열기가 다 식으면 참숯이 완성된다.

참숯 장인 김상진(64)씨가 숯가마에서 7일 동안 구워진 참숯을 꺼내고 있다.

몇 번에 걸쳐 숯을 빼내는 동안 숯 장인들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완전히 식은 숯들은 일일이 크기별로 분류한다. 통나무 형태의 모습을 가진 최상급 숯들은 관상용, 공기정화용, 실내 습도 조절용 상품으로 판매한다. 나머지 자잘한 숯들은 구이용 등으로 팔려나간다.

완성된 참숯의 모습. 통나무 형태를 유지한 참숯은 관상용, 공기정화용 등으로 판매된다.

참숯을 막 빼낸 황토숯가마에는 그 열기가 온전히 남아 있다. 치악산참숯에서는 열기가 많이 남아 온도가 가장 높은 숯가마를 ‘꽃탕’, 그 다음으로 온도가 높은 숯가마를 ‘어제 꽃탕’, ‘중탕’, ‘하탕’ 순으로 이름 붙여 숯가마를 운영하고 있다. 황토숯가마에서 음이온과 원적외선이 발생해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몸 속 노폐물을 배출해 피로회복에도 좋다. 암환자나 사고 후유증, 질병 치료를 위해 찜질을 하러 오는 손님들도 많다고 한다.

 

“힘들고 위험한 일이다 보니 참숯 제조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 일손이 부족해 현장에는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며 17년 차 참숯 장인인 김상진(64)씨가 이야기했다. 임지환(39) 치악산참숯 대표는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환경 친화적 참숯 제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숯이 탈 때 나는 연기도 집진기를 통해서 걸러낸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숯가루 같은 부산물도 비료나 황토집 지을 때 사용하는 등 자원순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참나무를 캠핑용 장작이나 화목보일러 땔감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어 물량 수급이 줄어들고, 수입산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참숯의 제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산 숯을 사용해 음식을 구웠을 때 숯 특유의 풍미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수입 숯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2600년 전부터 숯을 사용하였으며 신라 시대에 숯불로 밥을 지어먹고, 차를 끓여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숯은 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돼 왔다. 전통 방식의 숯 제조공정은 지키고 계승해야 할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이다.


원주=사진·글 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