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누고, 잘 자는 것은 그 사람이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바쁜 하루를 살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제 때 잘 먹지 못하고, 화장실 가기 빠듯해서 잘 못 누고, 수면장애를 겪으며 산다.
특히 소화장애로 인해 변비나 설사 등 배변 장애에 시달리기 일쑤다. 배변은 사람마다 다른 습관이자 활동이며 특히 식사나 생활 습관의 ‘거울’과 같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수칙을 알고 지키면 건강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이에 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박선진 교수를 통해 올바른 배변 습관과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될 내용들을 살펴본다.
14일 박선진 교수에 따르면 배변은 3~5분 이내로 마치는 게 좋다. 화장실에 가면 양변기에 앉아서 신문이나 스마트폰을 보며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보내지 말고 최대한 빨리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배에 힘을 준 채 오래 앉아 있으면 ‘치핵’(치질)이 생길 위험성이 높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또한 배변은 어떤 시간대에 하든 상관없지만, 규칙적인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삼시세끼 건강한 식단을 챙겨 먹어야 한다. 불규칙하게 먹거나 외식과 인스턴트 및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배변이 힘들 수 있다. 또 충분한 수분 섭취와 적절한 신체 운동도 필요하다.
박 교수는 배변 후 비데나 휴지 사용은 개인적인 기호에 따라 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비데를 통해 배변 후 세척뿐만 아니라 배변 전 변의를 느끼려 관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며 “주로 노인층에서 변비가 많고, 관장을 하는데 변실금 증상까지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결을 이유로 과하게 문지르거나, 세정하는 습관은 소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비데 사용과 항문질환 간 연관성은 없다. 추가 연구가 필요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변비는 배변을 순조롭게 하지 못해 대장 내 대변이 비정상적으로 오래 머무르는 상태를 말하며, ‘서행성 변비’와 ‘골반출구 장애’로 나뉜다. 서행성 변비는 대장운동 자체가 느리고, 골반출구 장애는 대장 운동은 정상이지만 직장 및 항문에서 대변을 배출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중 골반출구 장애 변비 환자는 양변기 앞에 발받침을 두는 것이 좋다고 박 교수는 권한다. 이는 허벅지가 배로 더 붙게 돼 직장과 항문을 이루는 각도가 많이 펴져 배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대변을 매일 보지 못하고, 이틀에 한 번만 봐도 변비는 아니다”라며 “배변 습관을 잘못 들이면 변비나 설사로 이어질 수 있다. 변비 때문에 고생 중이면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그런데도 해결이 안 된다면 병·의원에 가보라”고 강조했다.
병·의원 가기 번거로우니, 약국에서 변비약을 사 먹는 이들도 많다. 젊거나 습관이 되지 않았다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노인층 환자에게는 병·의원 방문을 재차 권했다. 변비가 극심해 돌처럼 딱딱해지는 경우도 있어서다.
박 교수는 “대장에 궤양을 일으키고 천공돼 응급 수술을 할 수도 있다”며 “갑자기 배변 습관이 바뀌었거나 변비가 생겼다면 대장암까지 의심하며 병·의원에 가보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또한 “간혹 ‘요구르트를 챙겨 먹는데도 변이 안 나온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라며 “요구르트만 먹는다고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사람들이 ‘식이섬유’에 대한 관심이 큰 데 대해 ‘비빔밥’을 예로 들면서 다양한 채소 섭취와 지나치게 맵지 않은 식사를 추천한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양변기에 왜 뚜껑이 달려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마크 윌콕스 영국 리즈의대 부속병원 교수는 지난 2012년 “변기 물을 내리면 그 순간 변기 수면 근처 세균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연구진은 살균 처리된 화장실 양변기 속에 장염균이 들어간 대변 샘플을 뿌린 뒤 다시 변기 내부 세균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샘플에 있던 장염균은 양변기 받침대 25㎝ 위까지 올라온 뒤 서서히 소멸했지만, 90분 뒤에도 계속 검출됐다. 하지만 양변기 뚜껑을 닫았을 때 장염균은 변기 주변에서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변기 물에 염색약을 투약한 뒤 물을 내릴 때 얼마나 많은 양의 물방울이 주위로 튀는지 관찰한 결과, 변기 물을 한번 내릴 때 최대 50방울이 밖으로 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노로바이러스’ 등 식중독균으로 인한 감염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물방울의 오물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세균이 퍼질 수 있으니 변기 물을 내리기 전 양변기 뚜껑을 닫아야 한다”며 “질환 발병 및 감염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긴 해도 위험성은 여러 실험과 논문으로 확인됐으니 누구나 우려해야 할 일”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