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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파업에 강경대응… “집회가 통하지 않는다” [뉴스+]

“집회가 통하지 않는다.”

 

14일 한 노동계 인사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대정부 압박용 집회 및 시위가 먹혀들지 않고 있다”며 “보름이 넘는 파업에도 불구하고 빈손으로 업무로 돌아간 것은 민조노총 입장에선 충격적인 일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와 다른 윤석열 정부의 온도차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관계자가 도로에 세워둔 화물차들에 붙어있던 파업 관련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 중에 하나는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대응 방식이다. 화물 노동자 시위에 관련, 경찰은 쇠구슬과 폭행 등민주노총 조직원들의 각종 불법 행위에 철퇴를 가했고, 고용노동부는 파업의 쟁점이 된 안전운임제에 대해 선복귀 후논의라는 원칙을 고집했다.

 

이번 파업 강경 대처의 영향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히려 오르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비단 노동계 뿐만이 아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파업에서부터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전국 장애인철폐 연대의 시위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더 이상 끌려다닐수 없다” 강경일색 尹

 

14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가 이처럼 강경대응에 나선데는 지금까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각종 압박에 휘둘릴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어 보인다. 경제회복과 자유시장 경제를 주장하는 현 정부로서는 국민의 생활과 안전을 담보로 한 노동계의 압박을 끊어내지 않는다면 향후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는 노조에 정부는 선복귀 후논의를 얘기했지만, 이에 불응하고 파업을 장기화하자 정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무효화를 선언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정부는 노조의 파업 철회에도 안전운임제 전면 제검토 카드를 꺼내들며, 민주노총을 압박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조합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정부는 향후 이같은 파업 사태의 반복을 막기 위해, 파업으로 인한 피해와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모두 묻겠다며 벼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가 그동안 국민경제에 끼친 피해와 일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은 지난 16일간의 운송거부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고유가·고금리·고환율 등 여의치 않은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물류마비를 초래하는 총파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민주노총은 내부 단결도 한계를 보였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종료 찬반투표 결과 조합원 10명 중 6명이 파업종료를 희망했고, 서울교통공사 노조와 전국철도노조, 의료연대본부, 대우조선해양 노조, 현대제철 노조 등이 파업체 불참하거나 사측과의 교섭에 나섰다. 여기에 지난달 포스코가 조합원 투표를 거쳐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하는 등 일련의 사태로 민주노총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있다.


◆인국공 해결한 文 마저도 등돌린 노동계

 

노동계에 우호적이었던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노동계는 각종 집회시위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등을 압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을 이끄는 등 노동계에 우호적인 정책을 써온 문재인 대통령 마저도 민주노총으로부터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1호 업무지시로 내린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이후 경영계와 보수층의 반발에도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강원랜드 소속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비정규직 직원과 정규직 직원 간에는 여전히 차이가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10만명이 넘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공공기관은 많은 경우 직접 고용이 아닌 자회사 설립을 통한 간접 고용 방식을 택했다. 한전의 경우 검침 인력 5200명을 자회사 한전MCS를 설립해 간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진행했다. 이에 노동계에선 “반쪽짜리 사기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과거 정부가 협상 노력에도 비판을 받았다면, 윤 대통령은 엄정대응으로 샅바 싸움에서 우위를 지켰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사실 역대 어느정부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인국공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힘을 쏟아왔다”며 “윤석열 정부들어 민주노총 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퍼주기식으로 공을 들인 공공기관 정규직화 등으로 인해 오히려 현장에선 인력부족이라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며 “더 이상 민주노총에 끌려다녀서는 현재같은 경제위기 사항을 타개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