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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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국경세’ 도입… 한국 철강 타격 불가피

2023년 10월 시범운영… 세계 최초
이르면 2026년부터 관세 부과
“유럽판 전기차법… 무역장벽 우려”

유럽연합(EU)이 사상 처음으로 철강, 비료 등의 수입품에 탄소국경세를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합의했다. 한국의 주력 EU 수출 품목인 철강 분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EPA=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각료 이사회는 전날부터 이어진 3자 협의에서 CBAM을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개념적인 수준에 머물렀던 탄소국경세가 사상 처음으로 EU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CBAM는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한 탄소 가격을 추가 부과하는 제도다. 적용 대상으로는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력, 수소 6개 품목이 결정됐다. 수소의 경우 초안에는 빠져 있다가 협의 과정에서 추가된 것으로 규제 대상이 더 확대된 것이다. 향후 볼트 등 일부 원료 제품으로도 적용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BAM은 내년 10월1일부터 시행되는데 일단 기업들은 보고 의무만 부과된다. 3~4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르면 2026년부터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준비 기간에는 수출 기업에 대한 별도 관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EU집행위원회는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2026년 전까지 적용 산업 범위를 확대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파스칼 칸핀 EU의회 환경위원회 위원장은 “CBAM은 세계 최초이며, 여태껏 이와 비견할 제도는 없었다”며 “실행을 위해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실질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목표를 달성한다는 취지에서 CBAM 도입을 추진해왔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국 입장에서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라 미국의 전기차법(정식명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9일 보도된 EU 전문매체인 유락티브와 인터뷰에서 “전반적인 과정을 잘못 관리한다면 어느 순간 이 사안이 유럽판 IRA처럼 여겨질지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EU에 대한 한국의 수출 규모는 철강이 43억달러(약 5조5900억원)로 알루미늄(5억달러), 시멘트(140만달러), 비료(480만달러)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