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1인 가구 716만 시대, 고독사 막을 안전망 더 촘촘히 짜길

정부가 어제 지난 5년간(2017∼2021년) 발생한 고독사 통계를 발표했다. 고독사란 홀로 생활하다가 숨진 뒤에 뒤늦게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4월 시행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실시된 것이다. 그동안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취합했던 자료를 국가 차원에서 통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독사가 심각한 일본도 국가 전체를 다루는 공식적인 자료가 없다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고독사는 모두 1만5066건이 발생했으며, 연평균 8.8%씩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노년층보다 50∼60대 중장년층에서, 그것도 여성보다 남성의 고독사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50∼60대 남성이 고독사에 취약하다는 것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지 못한 데다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진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무엇보다 남성이 여성보다 4배 이상 많고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 우려스럽다. 중점 관리 대상으로 삼는 게 마땅하다.

 

해마다 비중이 줄기는 했으나 20∼30대 청년층이 차지하는 고독사 발생률도 매년 6.3∼8.4%에 달했다. ‘노인 고독사’는 들어 봤어도 ‘청년 고독사’는 왠지 낯설다. 청년층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것과 무관치 않다. 고독사 중 자살 사망 비율은 20대 56.6%, 30대 40.2%로, 전체 평균인 17.3%보다 2∼3배나 높았다. 청년층 고독사 예방 정책은 자살 예방 정책과 연계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고독사 증가세가 1인 가구 중심으로 가족구조가 변화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단절이 늘어난 탓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인 가구는 716만6000가구로 1년 전보다 52만2000가구(7.9%)나 증가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4%까지 올라섰다. 열 집 중 세 집은 혼자 사는 1인 가구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체계 개선 대책’의 하나로 1인 가구 중심의 가족구조 변화에 맞춰 고독사 예방·관리 체계를 구축한다고 했다. 2025년 12월까지 ‘국가 고독사 위기대응 시스템’도 마련할 예정이다. 고독사를 막을 사회 안전망과 매뉴얼 구축은 시급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도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끝까지 찾아내려는 사람의 의지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임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