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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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한복판서 급발진에도 사고 없이 세운 70대 택시 기사 [영상]

기사 A씨, 급발진 직감해 시동 껐는데도 차는 1분 가량 고속 질주

인도, 철책 등 들이받으며 운전대 능숙히 돌려 차량·대인 사고 없이 정차

A씨, 이전에도 급발진 겪어...사고 대응하며 승객 안심시키기도
급발진을 직감하고 운전대를 트는 택시 기사 A씨. 한문철 TV 유튜브 캡처

 

자신이 운행중이던 차량이 급발진을 했음에도 승객을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대처해 사고 없이 차를 정차시킨 택시 운전자의 모습이 공개됐다.

 

14일 교통사고 전문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 따르면, 지난 10월10일 오후 3시쯤 택시 기사 A씨는 경기도 부천시의 한 도로에서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A씨가 좌회전 신호 대기를 위해 속력을 줄이는 순간, 갑자기 차가 A씨의 조작과 상관없이 고속으로 급발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A씨는 추돌을 피하기 위해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틀어 차선을 변경했다.

 

도로를 위험하게 질주하는 차량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자 A씨는 시동을 정지시켰다. 그 순간 차내 네비게이션에는 “주차 녹화를 시작합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의 택시는 마치 자율 주행을 하는 듯 여전히 고속으로 내달렸다.

 

인도와 철책 등을 연이어 들이받으며 다른 차들과의 사고를 피하던 A씨는 승객에게 “가만 있어요”라고 진정시키며 운전대를 놓지 않았다.

 

중심을 잃은 택시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행인을 향해 돌진하기도 했지만, A씨는 신속한 조작으로 이를 피했다.

 

택시의 브레이크는 급발진 발생 50여초만에 작동했고, A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겨우 차를 멈춰세웠다. 

 

그는 정차하는 순간에도 운전대를 중앙분리대 방향으로 돌려 사고를 방지하려 했다.

 

능숙한 운전대 조작으로 대인 사고를 피하는 A씨. 한문철 TV

 

A씨의 가족은 “아버지의 차는 2020년 출고됐고 12만㎞ 운행됐다”고 밝혔다.

 

가족 측은 “아버지는 72세이며 운전 경력 50년, 택시 운행 12년”이라면서 “아버지가 시동을 꺼 주차 녹화가 시작됐는데도 차는 한참을 달렸다. 차량 급발진이 의심되며, 현재 경찰이 수사중”이라고 전했다.

 

가족에 따르면 A씨는 스마트키가 아닌 열쇠로 차량 시동을 킨다.

 

급발진이 시작된 뒤 A씨는 브레이크는 물론 중립, 후진 등 기어를 계속 조작했지만 전혀 소용없었으며, 그는 브레이크를 밟을 당시 압력을 느끼지 못했다.

 

A씨는 이전에도 유사한 급발진 사고를 겪은 경험 덕분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전해왔다.

 

이에 한문철 변호사는 “100% 급발진 사고로 보인다”면서도 “(재판에서는) 자동차 회사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변호사는 “소송하더라도 회사를 상대로 이길 수 없다. 급발진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할 것”이라면서 “차체 결함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할 것이다. 이걸 피해자가 어떻게 입증하냐. 답답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정도 급발진 의심 사례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아닌 자동차 회사가 급발진이 아님을 증명하는 입증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변호사는 “병원의 경우 가벼운 수술 뒤 환자가 사망하면 병원에서 무과실을 입증하려 하지 않느냐”면서 “정상 주행하던 차가 갑자기 급발진하는 경우 차 회사가 무결함을 증명하고,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는 입증 책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