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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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BTS가 전통주 대회를 찾은 이유 [명욱의 술 인문학]

지난달 26일 평택시 농업기술센터에는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보였다. 요리 연구가인 백종원과 BTS 진이 방문한 것. 사단법인 전통주연구소(소장 박록담)에서 주최하는 제12회 대한민국 명주대상이라는 전통주 대회가 이곳에서 열렸고, 백종원은 본 심사위원의 역할로, BTS 진은 특별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흥미로운 것은 해당 행사는 상업성이 일절 없는 대회라는 것.

이유는 간단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주류 대상이 아닌, 순수한 장인 및 애호가들이 직접 손으로 빚은 전통주로 진행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참여하는 대회와 달리 특별한 지원 및 후원도 지극히 적은 대회다. 흔히 말하는 셀럽들의 행사 출연료 등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한국전통주연구소를 방문한 백종원과 BTS 진. 전통주연구소 제공

그렇다면 이 둘은 왜 굳이 참가를 했을까? 이 둘은 이러한 상황을 몰랐을까? 아니다.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미 알려진 대로 백종원은 전통주 전도사를 자처, 우리 술 알리기에 굉장히 힘을 쏟고 있다. 넷플릭스 최초의 전통주 예능 콘텐츠 백종원의 백스피릿에서는 전국의 유명 양조장 및 전통주를 소개했고, 이후 백술닷컴이라는 전통주 플랫폼, 백걸리라는 무감미료 프리미엄 막걸리도 출시했다. 여기에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요리 비책에서는 다양한 전통주 및 지방의 작은 양조장을 탐방하는 콘텐츠를 제작, 구독자에게 전통주가 가진 지역적, 농업적 가치도 알리고 있는 상황이다.

BTS 진 역시 백종원과 특별한 친분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둘은 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과 함께 전통주를 빚는 유튜브 콘텐츠에 참여했다. 하나하나 수제로 빚는 전통주 모습을 전파, 과하지 않은 순수한 전통주 모습을 통해 원료의 가치와 기다림의 미학이 있는 전통주 모습을 잘 표현했다는 평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방문한 대회 출품주들은 기존 제품과 어떻게 다를까? 필자는 운 좋게 이번 대회 탁주 및 청주 예선 심사를 담당했다. 해당 경험으로 이야기하자면 우선 과실향이 풍부했으며, 진득하면서 깔끔한 맛이 많았고, 후미에서 올라오는 그윽한 풍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것들이 많았다.

가성비를 생각한 것이 아닌, 오직 좋은 맛과 향만 추구하는 대회인 만큼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해 맛이 달랐다. 여기에 100일 이상 숙성하는 등 지극정성의 과정까지 거쳐 출품되었다. 이러한 대회를 주최하고 참여하는 이유는 이런 모습을 통해 만들어지는 술 문화가 한국 전통주의 진정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역과 농업, 그리고 긴 시간과 공간까지 필요로 하는 과정이기에 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진짜 모습이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백종원과 BTS 진이 참여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수입 농산물로 획일적으로 만드는 술이 아닌 각각의 가정에서 최고의 재료로 빚은 전통주. 그 원재료의 풍미와 숙성이라는 시간, 그리고 사람의 생각과 철학이 특별하게 들어간 진정한 우리 술을 경험하고 전 세계에 그 가치를 알리고 싶어서 말이다.

이러한 우리 술의 진정한 모습이 더욱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술의 진짜 맛을 결정하는 것은 빚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다. 마치 우리 어머니가 만든 음식이 제일 맛있듯 말이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