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연준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 뒤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연 3.75~4.0%에서 연 4.25~4.50%가 됐다. 한국 기준금리 3.25%보다 1.00∼1.25%포인트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은 지난 3월에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낸 것을 시작으로 5월에는 0.5%포인트 인상, 6월과 7월, 9월, 11월까지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연준이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최근 들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한풀 꺾이고,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노동부는 전날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1%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7.0%) 이후 최소폭 상승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7.3%도 밑돌며 물가 상승세가 확실히 꺾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지난해 연말부터 꾸준히 상승해 지난 6월에는 9.1%를 기록하며 폭등했으나 7월 8.5%, 8월 8.3%, 9월 8.2%로 상승폭이 줄었고, 10월 7.7% 상승하며 7%대 상승률로 기록하더니, 지난달에는 7.1%로 내려앉았다.
노동부의 CPI 발표로 시장에서는 이날 연준이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연준이 통화 긴축 속도를 줄이면서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게 됐다.
한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내년 1월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는 베이비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연준의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50%포인트)에 근접한 것은 부담이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에서 내년 연말 기준금리를 5.1%로 예상했다.
앞서 9월 FOMC에서는 내년 연말 기준금리 수준을 4.6%로 예상했는데 0.5%포인트나 끌어올렸다. 내년에도 현재 금리 인상 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연준의 물가목표치인 2%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기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상황이 일부 나아지고는 있지만 물가 안정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힌 바 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되, 인상 방침은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