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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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군 총사령관이 사인한 日 만화, 유럽서 베스트셀러로

우크라군 공군 에이스 소재 만화책 ‘키이우의 유령’
“SNS 통해 알려져… 우크라 등에서 베스트셀러 돼”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사인이라니…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일본 만화가 마쓰다 쥬코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발견한 사진 하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직접 사인한 자신의 만화책 ‘키이우의 유령’이 우크라이나군 지원금 모금을 위한 경매에 붙여진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전한 마쓰다씨의 SNS 글에는 ‘총사령관 공인’, ‘국경없는 화가단’, ’전쟁이 끝나면 국빈으로 초대되는 거 아닌가’라는 등의 댓글이 달리고, ‘좋아요’가 4000건 가까이 붙었다. 

일본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만화 ‘키이우의 유령’. 페이페이 플리마켓 홈페이지 캡처

아사히신문은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알려진 마쓰다씨의 작품이 우크라이나, 폴란드, 독일 등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고 15일 전했다.

 

마쓰다씨의 작품은 우크라이나군 사기진작을 위해 만들어 내 가상의 우크라이나 공군 에이스 조종사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키이우의 유령’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직후 우크라이나 정부가 SNS에 자국 전투기가 러시아 전투기를 연이어 격추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된 영웅담이다. 이후 ‘30시간 동안 6대를 격추했다’, ’격추된 러시아 전투기가 40대를 넘는다’는 소문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이후 영상이 컴퓨터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조종사 사망설까지 돌자 우크라이나군은 두 달 만에 가상의 영웅이라는 답을 내놨다.

 

마쓰다씨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의 의미로 이 영웅담을 소재로 한 동명의 만화를 그렸다. 만화는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알려졌고, 한 출판사가 우크라이나어, 영어로 번역해 출판했다. 결과는 대성공. 우크라이나어판이 2만5000부, 영어판이 5000부 인쇄됐고, 우크라이나의 182개 서점과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 독일의 일부 서점에서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런 이야기기 알려지면서 일본에서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신문은 “일본어판 키이우의 유령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일시 접속이 불가능해 질 정도였다”며 “재고가 바닥나 증쇄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출판사는 미국 판매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쓰다씨는 “내가 그린 만화에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사인을 하는 일은 상상도 못했다”고 놀라워 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