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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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면역 유래 단백질 발현 억제시 암 증식·성장 늦춘다

연세대 의대 서준영 교수팀, 바이페린의 암 대사 조절 기능 등 규명
“‘암 대사 촉진’ 바이페린 발현 억제 시 암 세포 증식·성장·생존 늦춰”
암세포. 게티이미지뱅크

 

암세포 증식과 성장, 생존을 촉진하는 선천면역 유래 단백질의 조절 기전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규명됐다. 

 

항암 면역 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선천면역 유래 단백질이 암 줄기세포와 암세포의 대사를 조절해 암세포의 증식과 성장, 생존을 촉진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세대 의대 의생명과학부 서준영 교수 연구팀은 항암 면역 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페론’에 의해 발현되는 단백질 ‘바이페린(Viperin)’의 암 대사 조절 기능과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달리 영양분 결핍, 저산소 등과 같은 악조건에서도 증식과 성장, 전이, 생존할 수 있도록 대사작용을 변화시킨다. 지금까지 암 대사는 ‘PI3K/AKT’라는 생물학적 경로를 통해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페린은 영양분과 산소 공급이 원활한 정상 조건에서 암 줄기세포의 HIF-1 인자에 의해 낮은 수준으로 발현하며, 대사 조절을 통해 암 줄기세포의 특성을 유지하고 생존할 수 있게 한다. 연세대 의대 제공

 

암세포는 주변 면역세포를 포함한 다양한 세포들이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에 노출돼 있다. 최근에는 항암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다발성 사이토카인으로 알려진 인터페론에 의해 활성화된 ‘JAK/STAT’ 경로도 암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작용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인터페론 유발성 단백질 중 바이페린의 암 대사 조절 기능과 작용 기전을 연구했다. 연구팀이 다양한 유형의 암 조직을 분석해보니 위암, 폐암, 유방암, 신장암, 췌장암, 뇌암 등 다양한 암 조직에서 바이페린 발현이 높게 나타났다. 또 바이페린의 발현량이 높을수록 암 환자의 생존율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암세포에서 바이페린의 대사 조절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바이페린 발현을 억제하거나 높게 발현하는 암세포주를 제작해 분석했다.

 

그 결과, 바이페린은 암 미세환경에서 인터페론뿐만 아니라 산소 부족, 영양분 결핍에 의해서도 발현이 유도돼 암세포의 에너지 대사와 지방산 합성을 촉진해 암세포가 증식하고 생존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세포 중 항암 치료제에 내성을 지니고 다양한 암세포들로 분화가 가능한 암 줄기세포에서 바이페린이 발현해 대사 변화를 촉진하고 암 줄기세포의 특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페론 분비, 영양분 및 산소 결핍과 같은 암 미세환경 조건에서 바이페린은 암 줄기세포에서 다양한 기전을 통해 높은 수준으로 발현하며, 대사 조절을 활성화해 암 줄기세포의 자가 재생 및 암세포로의 분화 등 특성을 강화하고 주변 암세포에서도 발현해 대사를 활성화함으로써 암 증식과 성장을 촉진하게 된다. 연세대 의대 제공

 

이런 바이페린의 기능은 이종이식 마우스 실험모델에서도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준영 교수는 “항암 면역 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페론에 의해 발현되는 바이페린 단백질이 암 줄기세포와 암세포의 대사를 조절해 암 증식과 성장, 생존을 촉진하는 새로운 기전을 규명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항암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암 대사를 표적 하는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연구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최신호에 실렸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