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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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의울림] 단전된 평화, 이렇게 온기를 나눌 수밖에…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와 황폐한 건물, 을씨년스러운 거리에 한 80세 여성이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서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리만에서 포착된 한 컷이다. 길어진 전쟁과 한파가 겹친 겨울 앞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듯 여성의 주름진 얼굴에는 근심과 비애가 가득하다. 얌전히 안겨 체념한 듯 눈을 감은 고양이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AFP연합뉴스

전쟁 300일째를 앞둔 우크라이나에는 최근 러시아군의 의도적인 기반 시설 타격으로 전기·수도 등이 끊긴 지역이 많다. 사진 속 여성이 사는 건물도 수돗물 공급과 난방이 되지 않고 있다. 가장 혹독한 겨울을 살아내야 하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평범한 일상의 행복, 아쉬움과 들뜸이 섞인 송년 분위기는 딴 세상 이야기다.

평화 협상의 첫 단계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휴전’을 제안했지만 15일 러시아는 이조차 거절했다. 강압적인 불법 투표로 합병한 지역을 끝내 포기하라는 협박, 참으로 치졸하다.


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