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北 고출력 고체연료 엔진 시험, ICBM 고도화 대비책 세워야

탐지 어려워 킬체인 무력화 우려
日도 北 겨냥 반격능력 보유 결정
‘비핵화 유도 가능’ 착각 벗어날 때

북한이 기어코 선을 넘으려 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지난 15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추진력이 140tf(톤포스·14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에 달하는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의 첫 지상분출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위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어린 딸과 함께 참관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의 연장선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그러면서 “신형무기 개발도 곧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고강도 도발을 계속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고체연료 ICBM은 액체연료 ICBM보다 발사준비 시간이 짧아 탐지와 대응이 어려운 게 특징이다. 은밀성과 기동성이 뛰어나 생존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북한의 이번 고체연료 로켓엔진의 추력은 미국의 대표적 ICBM인 ‘미니트맨-3’의 엔진에 비해 1.7배나 강력하다. 한·미 미사일방어망(MD)체계에 치명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한국의 킬체인(Kill Chain·선제타격)이 무력화할 소지가 다분하다. 북한은 올 들어서만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고체연료 계열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무려 60여발 난사하면서 엔진의 신뢰성을 검증해왔다.

북한이 그간 보여준 ICBM 위력은 주일·괌 미군기지는 물론 미 본토까지 40∼50분이면 타격이 가능할 정도다. 이 때문에 내년에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1만㎞ 이상의 고체연료 ICBM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45∼55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고, 그 가운데 20∼30개의 핵탄두는 조립을 마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ICBM에 핵탄두까지 탑재한다면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어제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 등 안보 관련 3개 문서 개정을 각의에서 결정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안보문서에 ‘적의 미사일 기지타격’을 상정한 반격능력 명시는 다분히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주변국의 우려가 작지 않은 만큼 일본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행사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ICBM과 핵 협박은 말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ICBM과 핵을 갖고 있으면 죽고, 버리면 살 것이라고 판단할 때만 포기할 집단이다. 그런 만큼 우리 내부적으로 확실한 대비책을 찾아야 한다. 한·미·일 공조가 더 두꺼워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수십년 동안 북한 비핵화 전략에 총력을 쏟고도 상황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북한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 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