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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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돼도 상관 없다”던 조민 의사면허는… 권익위, 부산대 측 손들어줘

권익위, 조민 행정심판 기각
입학취소 처분 타당했다 봐
복지부, 소송 결과에 따라
의사면허 취소결정 진행 방침

“고졸이 돼도 상관없다. (의사)시험은 다시 치면 된다.”

 

지난 2019년 10월,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 응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는 “고졸이 되면 어떻하느냐”는 질문에 “억울하다. 제 인생 10년 정도가 사라지는 것”이라면서도 “저는 고졸돼도 상관없다. 시험은 다시 치면 되고, 서른에 의사가 못되면 마흔에 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소가 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평범한 학생이 아닌 삶을 살수 있다”는 김씨의 이야기엔 “법정에서 최선을 다해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할 것이고, 제 삶도 새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8월 18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 의과대학(옛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건물. 연합뉴스

이후 조씨는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의 입학취소 결정에 잇따라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했고, 최근엔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신청하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된 스펙이 모두 허위는 아니고 입시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는게 조씨측의 주장이다. 또 두 대학의 이같은 입학 취소 결정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져 버리게 하는 사형선고에 다름 없어 소송을 통해 진실을 확인한다는게 취지다.


하지만 16일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조씨가 부산대의 입학 허가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심판을 기각했다. 법정에서 그의 입학에 활용된 각종 스펙이 허위로 판단됐고, 이를 근거로 내린 부산대의 입학취소 처분이 타당했다는고 본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부산대와의 소송에서 조씨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권익위에 권리구제를 청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권익위의 판단은 복지부와 법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큼 법적구속력을 갖는 처분은 아니다. 하지만 행정심판은 재판의 전심 성격을 갖는다. 부산대의 입학취소 처분에 대한 사실상 첫 번째 공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씨의 기대와 달리 권익위는 그의 청구를 기각하며 부산대 의전원의 손을 들어줬고, 부산대는 향후 재판에서 권익위의 행정심판 결과를 내세우며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할 수 있다. 조씨와 부산대의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가 형사사건 기록 외의 다른 부분은 증거자료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힌만큼 재판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조씨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자녀 입시비리·감찰 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벌과 입시에 민감한 여론은 오래 전에 조 전 장관과 조씨에게서 돌아섰다. 지난 2021년 1월 미디어리서치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5명에게 조씨의 의사 국가고시 합격에 대해 물은 결과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61.4%로 긍정응답(31.4%)보다 2배나 높았다.

 

조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부터 지금까지 조씨와 관련된 논란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조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씨의 입시와 관련된 의혹이 터져나오자 “인턴십을 이용할 수 없던 많은 분이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나를 비난해 달라”면서 “그런데 10대 고등학생 아이가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인턴을 한것을 두고 아이를 비난한 것은 저로서는 과도하지 않나 하는생각을 아비로서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과도한 비판이라고 주장했고, 검찰이 인력을 대거 동원해 조 전 장관 일가를 수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법원은 조씨의 ‘스펙’에 문제가 있다며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조씨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부산 아쿠아팰리스호텔에서 인턴을 하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인턴확인서를 작성했고, 조씨의 어머니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단국대 의학연구소 인턴확인서와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보조연구원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만들었다. 결국 조씨의 입시용으로 총 7개의 허위스펙을 만들었다는 게 법원의 결론이다. 이로 인해 정 전 교수는 지난 1월 징역 4년이 확정됐고, 검찰은 조 전 장관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상태다.

 

이후 시선은 조씨의 의사면허에 쏠렸다. 온라인상에선 “허위스펙으로 입학만 만큼 이를 토대로 딴 조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해야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현재 조씨는 의사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대 의전원의 입학취소 결정 이후 보건복지부가 조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지만 법원에서 취소 처분 집행 정지 신청이 일부 인용됐기 때문이다. 효력 정지 기간은 입학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청구의 1심 선고일로부터 30일 동안으로, 1심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 졸업자격과 의사면허를 유지하게 된다.

지난 4월 5일 부산대학교 정문 앞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에 대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부산지법에서 진행 중인 조씨와 부산대의 재판은 지난 6월9일 첫재판 이후 답보상태다. 전날 열린 변론기일에서 조씨의 변호인단은 내년 2월2일로 예정된 다음 재판에 조씨의 증인신문을 진행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조씨는 첫 재판부터 한 번도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부산대 의전원과 조씨의 소송 결과에 따라 그의 의사면허 취소결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사실상 자격도 없는 (조씨가) 의료 행위를 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정해진 법 절차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