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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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 폭행·살인한 20대 무기수 항소심서 “단순 재미 위해” ‘법정놀이’ 증언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 2명과 증언 엇갈려 / 동료 피고 변호인들 "경찰·검찰 조사 과정부터 재판까지 수차례 진술 번복" 지적

 

강도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충남 공주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중 동료 재소자를 폭행, 살해한 20대가 범행 동기에 대해 재미를 위해 그랬다고 진술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3형사부(재판장 이흥주)는 살인, 상습폭행, 특수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26)·B(27)·C(19)군의 항소심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인 A씨를 증인으로 분리, 증인신문 절차가 이어졌다.

 

A씨는 “당시 피해자에게 복부를 발로 차는 등 폭행을 가한 이유는 그냥 때리고 싶어서 그랬다”라며 “1심 재판에서 진술했던 ‘법정놀이’ 등을 했던 이유 역시 단순히 재미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했다.

 

다만 C군 측 변호인은 A씨에게 “C군은 ‘법정놀이’라는 단어도 1심 재판에서 처음 들었다고 말한다”며 “C군은 계속 이런 내용과 비슷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교도소 내부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사람이 판사 역할을 하는 이에게 피해자를 폭행할 수 있도록 허가를 구하고 판사 역할 하는 이가 허가하면 집행관 역할이 와서 피해자를 폭행하는 방식이었다며 자신을 비롯한 B씨와 C군 역시 모두 돌아가며 역할을 맡았다고 반박했다.

 

A씨의 진술과 B씨, C군의 진술이 엇갈리자 B씨와 C군 측 변호인은 A씨의 진술이 경찰과 검찰 조사 과정부터 1심 재판까지 수차례 번복되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범행 당시와 시간 차이가 있고 폭행을 반복적으로 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그렇다”며 “조사받을 당시 구체적인 특정을 요구해 대체로 진술했고 이후 제대로 된 기억이 나 진술했기 때문에 바뀔 수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오후 3시 A씨 등 피고인 3명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9시 25분께 충남 공주교도소에서 같은 방을 사용하던 D씨에게 수차례 폭행을 가해 살해한 혐의다.

 

당시 같은 방을 사용하던 동료 재소자였던 B씨와 C씨는 폭행 과정에서 D씨가 정신을 잃자 번갈아 가며 망을 보거나 대책을 세우기 위해 쓰러진 D씨에게 이불을 덮고 마스크를 씌우는 등 A씨와 폭행 및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범행 일주일 전부터 A씨는 D씨를 강제로 추행하거나 직접 만든 둔기 및 주먹으로 상습적인 폭행을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강도살해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교도소 내에서 동료 재소자를 살해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라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B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 C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한편 A씨는 지난 2019년 12월 26일 오후 10시 20분께 충남 계룡시의 한 도로에서 금 중고 거래를 위해 찾아온 40대 남성을 둔기로 수차례 때려 살해하고 금 100돈과 차량을 훔쳤다.

 

1심 재판부는 강도살인, 통화위조, 위조 통화 행사, 병역법 위반죄로 A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피해자에게 둔기를 내려치는 등 범행 내용과 수법이 잔혹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