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가장 중요한 상징입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원동력은 군사 분야에서의 양국 간 긴밀한 협력과 연합방위태세에 힘입은 바 크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합참의장 등을 역임하며 동맹 주요 현안을 다뤘던 정승조(69) 한미동맹재단 회장은 이 같은 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17년 5월 결성된 주한미군전우회(KDVA)를 지원하고, 세미나와 포럼 등을 개최해 동맹의 중요성을 알리는 한미동맹재단을 이끌며 양국 관계를 더욱 튼튼히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에 대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한·미동맹에 의한 안보태세를 토대로 한국은 경제건설에 집중,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북한이 빈번하게 미사일을 쏘는 등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음에도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믿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로 지난 70년간 경제, 안보 분야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군사동맹에서 시작된 한·미동맹은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양국 관계를 한층 깊게 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핵심 요소는 여전히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군사동맹이며, 한·미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억제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정 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1972년에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이후 50년 이상 안보 분야에서 일하는 동안 ‘한반도의 적화통일’이라는 북한의 전략적 목표에는 변화가 없었다”며 “북한의 도발은 계속될 것이고, 북한이 자발적으로 비핵화를 할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점차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책을 묻자 정 회장은 “미국의 확장억제력과 이를 사용할 단호한 의지가 북한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확장억제 계획을 작전계획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전적인 연습을 한다면 좋은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 기획그룹을 벤치마킹해 ‘동아시아판 핵 기획그룹’을 만든다면, 그 또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군의 ‘3축 체계’(킬체인·미사일방어·대량응징보복)가 미국 확장억제 계획과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재개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는 과거의 경험을 언급하면서 “군대가 훈련을 하지 않으면 전투능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정 회장은 이라크 자이툰부대장으로서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미군 군단의 통제를 받았던 2005년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그때 미군 군단과의 지휘통제 활동은 과거 을지포커스렌즈(현 을지프리덤실드) 연합 연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장교들이 연합 연습에 익숙했기 때문에 전쟁 상황에서도 작전에 큰 어려움이 없었죠. 한·미동맹이 제 역할을 하려면 이처럼 연합훈련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지난해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전략갈등 국면과 관련, 일부 전문가는 대만해협에서의 위기가 고조될 때 한반도 정세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을 한반도 이외의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전략적 유연성’을 비롯한 문제들이 한·미 간 현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이와 관련해 “대만 위기는 우리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중 갈등이 고조될 때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하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갖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따라서 한·미동맹은 대만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철저하게 억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만 문제가 악화하면 미국은 주한미군 병력과 장비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며 “이럴 때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한·미동맹의 대북 억제력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회장은 미국 역시 중국과의 전략 갈등의 여파에 따른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에 대해 정 회장은 정치적 접근을 경계하면서 군사적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가 2014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합의한 이후에 다른 합의를 한 것이 없다. 따라서 지금은 조건 충족 여부를 계속 판단해야 하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을 주권이나 자존심 등의 문제로 보는 대신 군사작전 지휘의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면 군 외부에서 비정치적인 평가단을 구성해 전작권 전환의 조건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이 미래에도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묻자 정 회장은 “우리도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어야 양국 동맹관계가 유지·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경제를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 입장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을 추구하는 미국의 전략은 우리의 이익과도 많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우리 측이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북 성주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처럼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는 무기를 지닌 기지가 정상적으로 운용되지 못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한미군의 실사격 훈련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며 “주한미군이 마음 놓고 사격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 주한미군 주둔을 원한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회 차원에서 충분한 훈련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