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푸른 바다와 파도 넘실대는 울진 후정해변/국립해양과학관이해안스카이레일로 짜릿하게 즐기는 죽변 하트해변/편하게 즐기는 바닷속 세상 국립해양과학관 바닷속 전망대/왕피천 케이블카타고 즐기는 관동팔경망양정/해맞이 광장서 새해 소원도 빌어볼까
눈이 시리도록 한없이 투명한 파란 하늘과 끝없이 멀리 보이는 수평선. 갯바위를 때리는 파도의 파열음. 귓불을 에는 차가운 바람. 북적거리던 여름의 소란이 사라진 철 지난 겨울바다는 쓸쓸하다. 어느덧 12월 중순. 올해도 별일 없이 가는구나. 뭔가 허전하지만 다행이다. 그래도 티끌처럼 남은 작은 괴로움들, 밀려왔다 사라지는 파도에 던져버린다. 그러면 모두 비워낸 허탈한 마음에는 넘치는 기쁨만 차곡차곡 쌓이겠지. 메워진 가슴 활짝 열고 겨울바다를 걷는다.
◆겨울바다 달리며 근심·걱정 모두 날려볼까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을/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겨울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파도가 숨 쉬는 곳에/끝없이 멀리 보이는 수평선까지/넘치는 기쁨을 안고♩♬” 울진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선택한 스마트폰 플레이리스트 속 노래는 겨울이면 떠오르는 푸른하늘(유영석)의 ‘겨울바다’. 노래 가사처럼 일 년 동안 쌓인 안 좋은 기억들, 슬픈 사연들 파도에 던져버리면 모두 잊히겠지. 많은 이들이 이런 기대를 안고 한 해가 끝날 무렵이면 겨울바다를 찾는다. 바다는 한없이 넓은 품처럼 나의 슬픔 모두 받아줄 수 있다고 믿기에. 수심이 깊어 겨울이면 코발트블루가 더욱 짙어지는 동해로 달려간다.
경북 울진군 죽변리 하트해변. 하늘에서 보면 모래사장과 갯바위들이 꾸민 해변 모습이 꼭 하트를 닮았다. 원래 죽변해변이지만 반드시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 때문에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이 많이 찾으면서 아예 이름이 하트해변으로 바뀌어 버렸다.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 죽변으로 불리는데 이곳의 소죽(小竹)은 화살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해변 남쪽 죽변 등대가 자리한 야트막한 산을 대나무들이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다. 2004년 방영된 인기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에서 마을 쪽으로 이어지는 대나무숲 산책로가 있어 연인들이 손잡고 담소하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3년 만에 찾은 하트해변에는 전에 없던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이 놓여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해안선은 가파른 절벽이라 해변을 벗어나면 따로 산책로가 없었는데 죽변해안스카이레일 덕분에 하트해변 등 울진 푸른바다를 더욱 짜릿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모노레일. A코스는 죽변항~봉수항으로 이어지는 2.4km 구간이며 B코스는 후정해변~봉수항으로 이어지는 2km 구간이다. 현재는 A코스만 우선 개통했다. 죽변 승차장에서 출발해 하트해변 정차장을 지나 봉수항 정차장에서 유턴하는 코스를 운행하며 왕복 40분 정도 걸린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시속 5km로 달리기에 눈앞에 끊임없이 펼쳐지는 빼어난 울진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죽변 승차장을 출발한 스카이레일이 왼쪽으로 코너를 돌자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인 언덕 위 예쁜 집과 죽변의 명물 하트해변이 차례로 등장한다. 아담한 집의 붉은 지붕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매우 이국적이다.
언덕 너머 그림엽서처럼 우뚝 선 하얀 죽변등대도 낭만이 넘친다. 1910년 11월 24일 최초로 점등해 100년이 훌쩍 넘은 근대문화유산. 대한제국 시절 착공된 죽변등대의 등탑 내부 1층 천장에는 태극 문양이 새겨져 있다. 원래는 대한제국 황실 상징인 오얏꽃 문양이 있었다고 한다. 하트해변 정차장을 지나면서 기암괴석의 갯바위들이 수놓은 울진 바다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강태공은 성난 파도가 사정없이 때리는 갯바위에 올라 위태롭게 물고기를 낚는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풍경. 겨울바람이 차갑지만 푸른 바다가 실어오는 신선한 공기를 실컷 마시니 티끌 같은 슬픔 한줌도 모두 사라진다.
◆바닷속전망대에서 즐기는 울진 바다
죽변해안스카이레일 B코스 출발점인 후정해변에는 국립해양과학관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최초의 해양과학 주제 전시관으로 VR체험과 전시뿐 아니라 전망대, 해상통로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그중 압권은 수심 7m 바닷속전망대. 바닷속에 통유리로 만든 원형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잠수함을 타거나 별도의 수중 장비 없이 깊은 바다의 풍경과 다양한 바다생물을 편하게 만날 수 있어 인기다.
해양과학관에서 바닷속전망대를 잇는 국내 최장 해상통로 바다마중길393을 걷는다. 시원하게 뻗어나간 길이 393m 다리는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을 선사한다. 고운 모래사장이 부드럽게 펼쳐진 후정해변으로 푸른 파도가 하얀 포말로 부서지며 밀려왔다 사라지는 풍경은 쓸쓸하면서도 매우 낭만적이다. 바닷속전망대로 들어서자 유리벽에 착 달라붙은 전복 너머로 물고기 떼들이 자유롭게 춤을 춘다. 바다 표면은 파도가 심하지만 바닷속은 고요하고 평온하다. 내년 한 해 삶은 저 바닷속처럼 고요하길 소원해본다.
파도소리놀이터에서는 국립해양과학관의 특별한 구조 덕분에 건물에 반사되는 파도소리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바다탐험공간은 바다 생태계를 주제로 한 놀이시설로 꾸며 아이들에게 인기. 국내외 예술가들이 다양한 해양생물을 재해석해 형상화한 작품을 전시하는 야외조형물 광장과 해양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미로체험시설 오션메이즈도 둘러볼 만하다.
◆왕피천 케이블카 타고 관동8경 즐겨볼까
바다 위를 걷고 바닷속을 탐험했다면 이제 바다 위로 날아오를 시간. 울진군 근남면 수산리 왕피천 케이블카에 몸을 실으면 된다. 청명한 울진의 망망대해는 물론,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진 왕피천과 왕피천공원을 하늘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다. 2005년과 2009년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가 열린 20여만평 규모의 아름다운 공원으로 여름에는 은어를 낚고 10월이면 동해에서 회귀하는 연어도 만난다. 특히 유전자보호림으로 지정된 수령 200년 이상의 소나무 1000그루도 무럭무럭 자란다.
2020년 7월 운행을 시작한 왕피천케이블카는 왕피천공원정류장∼해맞이공원정류장 왕복 1.43km를 운행하며 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짜릿한 파노라마로 선사한다. 해맞이공원정류장에 도착하자 토피어리 포토존이 내려다보이는 난간에 하트모양 소망나뭇판이 주렁주렁 달렸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가족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만 가득하기를!” “딸 수능 대박! 아들 건강하기! 신랑 돈 많이 벌기! 나 로또 당첨!” 등등 저마다 소원을 꾹꾹 눌러 담았다.
관동8경이야기길엔 1경 청간정∼8경 월송정을 소개하는 조형물이 차례로 등장하고 그 끝에서 망양해수욕장 남쪽 바닷가 언덕에 서 있는 망양정(望洋亭)을 만난다. 정자에 오르면 고풍스러운 기둥 사이로 울진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조선 숙종이 관동8경 중 망양정 경치가 최고라며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 현판을 하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죽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풍경을 연주하는 예쁜 바람소리길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울진대종과 소망나무 전망탑이 있는 해맞이광장. 전망탑에 오르면 시원하게 펼쳐진 울진 바다 위로 힘차게 떠오르는 일출을 만날 수 있어 망양정과 함께 매년 1월1일이면 많은 이들이 모여 새해 소망을 비는 해돋이 명소다. 왕피천공원에는 국내에서 3번째로 큰 규모의 울진아쿠리움도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왕돌초와 울진대게, 열대바다, 바다목장을 주제로 110종 3000여마리의 어류를 만난다. 또 차로 30분 거리에 월송정과 후포항, 등기산스카이워크 등 갈 곳이 많아 1박2일 새해 여행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