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방역 당국이 이번주 전문가 의견을 최종적으로 수렴해 실내 마스크 완화 기준에 대한 로드맵을 이번주 확정한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7차 유행이 확산하고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상황인 만큼 마스크 의무 해제는 윤석열 정부의 방역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뉴시스에 따르면 정부가 23일 발표할 실내마스크 의무 조정방안에는 유행 상황과 시설별 위험도를 고려한 단계적 완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지난 15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방역 당국의 실내마스크 의무 조정방안의 초안이 나왔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토론회 자리에서 병원과 대중교통 등 일부 시설에 마스크 착용 의무를 남겨두는 1단계 완화 방안과 대부분의 상황에서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는 2단계 방안 등 단계적 완화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감염병 자문위)는 오는 19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마스크 의무 조정방안을 논의한다. 사실상 오는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최종 확정하기 전 마지막 의견수렴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적용 시기는 미지수다. 백경란 전 질병관리청장은 1월 말 이후, 늦어도 3월 사이 마스크 의무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당초 대전, 충남 등 일부 지자체가 내년 1월 중 마스크 의무를 해제하자고 의견을 제시했던 만큼 정부와 방역 당국도 가급적 내년 1월 말 설 연휴 이전에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열린 토론회에서도 발제를 맡은 감염병 자문위원인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미 현 시점에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변경할 여건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유행 규모 감소 ▲치명률 감소 ▲의료대응 능력 ▲사회적 위험인식 등 4가지 기준 중 사회적 위험인식을 제외한 3가지 요소는 충족했다고 봤다.
올해 전파력이 높고 중증도는 낮은 오미크론이 유행함에 따라 백신 또는 감염으로 면역을 얻은 사람이 늘어 5차, 6차, 7차 유행이 반복될 수록 유행 규모가 감소하고 있으며 의료대응 여력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날짜를 먼저 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마스크 의무 해제를 꼭 지금 논의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2월 들어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쉬운 겨울 한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데다 BN.1 등 신규 변이가 확산되면서 일일 확진자 수는 8만명대에 진입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도 2주 후 하루 10만명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BN.1과 BQ.1 계열 바이러스의 검출률을 합치면 약 25%로 1월 중에는 우세종이 돼 유행이 더 커질 것이고 백신 접종률도 낮다"며 "병상과 의료대응체계, 백신 접종 대응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엉뚱하게 실내 마스크 해제를 내세우다니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도 "마스크를 벗었을 때의 확진자 수를 시뮬레이션 한다면 확진자 수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마스크 의무 완화 시기를 결정할 때 확진자 수나 중증·사망자 수, 접종률 등 명확한 지표가 아닌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도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부의 의지가 개입할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7개월 만에 교체된 지영미 신임 질병관리청장이 여론 등 외부 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 있게 정책을 결정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이다.
익명의 감염병 전문가는 "질병청장 자리는 국가 수장의 힘을 받아야 힘을 발휘할 수 있고 동시에 외부의 정치적 영향을 받기도 쉽다"며 "독립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전문가들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