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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정전 모의훈련선 ‘이상 무’… 실제 태풍 닥치자 ‘10시간 정전’

지난 9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10시간 동안 정전됐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가 정전 사태 일주일 전 실시한 모의훈련에서는 정전시 3분 이내 전력 복구가 가능한 ‘이상 무’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경주시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세계일보 자료사진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한국전기안전공사의 법정검사(3년 주기) 외에도 비상발전기자체 정기점검을 실시하도록 돼 있다. 이에 맞춰 한수원은 올해 8월까지 매달 무부하 운전과 함께 정전대비 모의 훈련을 해왔다.

 

비상발전기에 다른 전기 기기를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동 시험을 하는 ‘무부하 운전’ 결과는 모두 이상이 없었고, 비상발전기가 자동 투입되지 않는다고 가정한 ‘정전대비 훈련’ 역시 목표 시간인 3분 이내 전력을 복구(복전)해 모두 ‘상’의 평가를 받았다.  

 

9월6일 태풍 힌남노 상륙 8일 전인 8월29일 실시된 정전대비 훈련에서도 1차 평가에서 2분28초, 2차 평가에서 2분31초만에 복전해 ‘상’으로 평가됐다.

 

만점에 가까운 한수원의 자체 모의훈련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작 힌남노 당일 한수원 본사는 비상발전기 투입이 지연돼 장장 10시간 동안 본사 사옥이 블랙아웃되고 한수원 전체의 사내 업무망이 먹통 상태가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태풍 상륙 당일 (한수원 본사가 있는) 경주 지역이 500년만의 폭우로 습도가 높아져 감전사고 예방을 위해 설비 점검과 안전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수원의 정전대비 모의훈련 힌남노 정전 사태 이후에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수원이 지연사유로 내세운 ‘주변 습도로 인한 감전사고 예방’ 부분은 9월26일과 10월28일, 11월30일 진행된 모의훈련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기존 모의훈련 시나리오와 훈련 유형, 평가 항목이 유지되고 있다.

 

정일영 의원은 “한수원이 비상발전기 무부하운전과 모의훈련 등 사전 정전대비 점검을 철저히 했음에도 상황 발생시 비상발전기가 투입지연된 것은 그간 실시해온 대비책이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며 “단조로운 상황만을 가정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도록 노후화된 한수원의 정전 대비 매뉴얼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