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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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부동산 한파… 2022년 아파트값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락

한국부동산원 조사 이래 최대폭

1월부터 11월까지 4.79% 떨어져
세종시·대구시·수도권 하락 주도
서울 수억원씩 가격 하락 단지 속출
2023년 부동산 경착륙 우려 커져
깡통전세 피해 등 확산 가능성도
“2023년에도 집값 하락세 이어질 듯”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 올해 부동산 시장이 역대급 한파를 맞고 있다. 지난달까지 아파트값 하락폭이 한국부동산원 시세 조사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극심한 부동산 침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 소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 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1월부터 11월까지 4.7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원이 2003년 12월 시세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연간 기준 가장 큰 하락폭이다.

부동산원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값은 한 달 만에 2.02% 떨어지며 월별 기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도 매주 사상 최대 하락폭이 이어지고 있어서 올해 연간 누적 변동률은 7%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아파트값 하락은 세종(-11.99%), 대구(-9.20%)와 함께 지난해 상승폭이 컸던 수도권(-6.25%)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파가 크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까지 누적 변동률이 -4.89%인데, 지난달 한 달 새 2.06%가 떨어졌다.

최근 서울에서는 급급매, 초급매가 아니면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지난해 신고가에 비해 수억원씩 가격이 하락하는 단지가 수두룩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82㎡)는 지난 9일 26억76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1월에 찍은 신고가(32억7880만원)에 비해 8억원 넘게 떨어진 액수다. 지난해 9월 11억2000만원에 팔렸던 성북구 하월곡동 래미안루나밸리(84㎡)는 지난달 5일에는 이보다 3억4000만원 낮은 7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내년 들어서는 부동산 경착륙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대대적으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2020년과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집을 산 2030세대 상당수가 아파트값 급락세에 직격탄을 맞게 된 상황이다. 고금리 기조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집값 하락과 대출이자 부담 사이에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서다.

깡통전세·전세사기 등의 피해가 확산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719건으로, 전년 동기(2954건) 대비 25.9% 증가했다. 이번달 통계를 빼더라도 이미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전·월세 계약 만료 시점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세입자가 신청하면 법원이 내리는 명령이다.

문제는 극심한 부동산 한파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최근 연구기관들은 금리인상 악재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 우려 등이 맞물려 내년 부동산 시장이 올해보다 더 어두울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아파트값이 5.0%, 서울은 4.0%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2.5%, 수도권의 경우 2.0%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에 따른 경제 침체 우려도 크다”며 “내년에도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