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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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서초서 전셋값 5억~7억 ‘폭락’…“집주인이 수억 차액 돌려줘야”

고금리에 전세 수요 급감이 원인…올해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한 서울 세입자 역대 가장 많아
뉴시스

 

고금리에 전세수요가 급감하면서 전세가가 크게 떨어지는 추세다.

 

상승기 때 보증금을 최대치로 올려받은 경우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에 올해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는 서울지역 세입자가 역대 가장 많았다.

 

19일 뉴시스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전세가격 누적 하락률은 6.54%를 기록했다. 서울(-7.19%), 수도권(-9.03%), 경기(-9.40%), 인천(-11.91%), 세종(-17.13%), 대구(-12.40%)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내림세다.

 

실거래가를 보면 1~2년 전에 비해 수억씩 하락한 계약도 적지 않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 84㎡는 지난 14일 8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2년 전인 2020년 12월 13억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5억원이나 하락한 가격이다. 세입자가 2년 계약 후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일부 돌려달라거나, 이사를 가겠다고 한다면 집주인이 이 차액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같은 면적은 2020년 12월 19억원, 올해 3월까지만 해도 20억원에 거래되던 것이 지난 16일 12억4500만원까지 급락했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인 만큼 한동안 세입자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 전셋값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대출이자 부담도 있지만 월세 선호 현상은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보증금을 레버리지 삼아 갭 투자를 한 집이라면 최근의 집값·전셋값 동반 하락 추세에 세입자의 보증금을 제때, 온전히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목돈을 맡기느니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내는 편이 위험부담이 적다.

 

실제 올해 들어 서울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시점에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임차인에게 우선 변제권을 유지하게 하면서 임차주택에서 이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임차권등기명령 1~11월 신청 건수는 3719건으로, 12월 통계를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역대 최다였던 2012년(3592건)의 기록을 넘어섰다. 하반기로 갈수록 주택시장이 점차 경색됨에 따라 1월 202건이었던 신청 건수는 6월 311건, 9월 407건, 11월 580건으로 늘어나는 모양새다. 다만 임차권등기명령이 내려져도 전재산이 보증금에 묶여있는 세입자들은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문어발식 투자를 감행한 경우 피해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수도권에서 1100채가 넘는 빌라와 오피스텔을 임대한 '빌라왕' 김모씨가 갑자기 사망하자 임차인들은 순식간에 전세 사기 피해자가 돼 버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사기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홀로 고통을 감내하라고 할 수는 없다"며 "지역별 전세피해지원센터 설치를 적극 추진하고, 법률자문과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 피해회복 지원방안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