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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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中·러 심장부서 여성 역할·평화 메시지… 큰 역사적 의미”

한학자 총재, 세계순회강연 30주년 기념 심포지엄

천안문 사건 발생 3년후 中서 연설
국경·인종 초월 자유주의 사상 설파
러서도 화합의 여성평화운동 제시
NGO 지도자들에게 새로운 비전 줘
“신냉전 시대 평화정신 되새겨봐야”

1992년 12월 23일 중국에서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다. 역사적 한·중수교가 이뤄진 지 넉 달째인 상황에서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가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 있는 인민대회당에서 특별강연을 펼친 것이다. ‘중국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인민대회당에서 한 총재는 1시간 동안 당당하게 ‘중국이 나아갈 길’에 대해 연설했다. 이는 사실상 공산당 심장부에서 이뤄진 최초의 종교강연이었다. 당시 한 총재는 청중에게 “인류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뭉쳐야 하는데, 그 중심이 하나님”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님’이라는 단어는 ‘상제’라는 중국어로 정확히 통역됐다.

한학자 총재가 1992년 12월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세계평화와 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한 총재는 이 연설이 열리기 한 달 앞서 소련(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같은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후 한 총재는 1993년 11월 21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하나님과 여성 그리고 세계평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당시 한 총재는 “불륜과 마약, 가정파괴 등으로 위기에 처한 현대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인류는 신의 참사랑을 찾아 참부모 운동에 동참해 참된 가정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역사적 한 총재 특별강연이 이뤄진 지 30년이 지났다. 세계평화교수협의회(PWPA)와 세계평화여성연합(WFWP)은 2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한학자 총재 세계순회강연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냉전종식과 평화세계:중국 인민대회당 및 러시아 크렘린궁 특별강연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열린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한 총재 강연이 갖는 의미와 역사적 파장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김민지(왼쪽부터) 선문대 교수와 정시구 선학UP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수민 선문대 교수, 김진호 단국대 교수, 우평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2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한학자 총재 세계순회강연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토론하고 있다. 세계평화교수협의회 제공

토마스 셀로버 PWPA 세계 회장은 “1989년 천안문광장 사건이 몇 년 앞서 일어난 자리에서 시의적절한 강연이 이뤄졌다”며 “중국에서는 그 누구도 천안문광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게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극적인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 총재 강연은 절실히 요구되는 치유의 말씀을 담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송광석 PWPA 한국회장 역시 “한 총재의 인민대회당 연설과 크렘린궁 연설은 공산권의 변화를 촉구했던 역사적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를 조명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1992년 전개된 한학자 총재의 베이징 인민대회당 특별강연과 1993년 크렘린 강연의 30주년을 조명하는 첫 번째 학술 심포지엄이라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고 그만큼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고 소개했다.

1993년 11월 구 소련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한학자 총재 강연회 모습(원안은 한학자 총재).

문훈숙 WFWP 세계회장은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공산·사회주의는 붕괴했고 자유·민주주의 승리로 인류 체제경쟁이 끝났다고 평가한 지 30년 만에 우리는 다시 ‘신냉전’을 언급하고 있다”며 “중국은 현재까지 공산주의를 유지하며 세계 강대국으로 성장했고, 옛 소련 후신인 러시아는 민주주의 국가와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문 회장은 “이런 때에 90년대 초 공산주의를 대표하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세계평화 메시지를 전했던 한 총재 특별강연에서 작금의 상황에 필요한 시대정신을 찾아보는 건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학자 총재의 방중 특별강연의 평가와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정시구 선학UP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선명·한학자 총재는 1960년대부터 사회주의 국가요, 유물론을 신봉하는 중국을 자유주의 세계 또는 하나님주의로 인도하기 위한 원대한 중국몽(中國夢)을 펼쳐왔다”며 “두 분의 중국몽은 중국에서 서양문명과 동양문명이 결합해 새로운 태평양 문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나님주의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의 평화는 물론 북한까지도 하나님의 품 안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특히 한 총재는 중국 강연을 통해 중국 여성들에게 ‘여성의 시대’의 도래를 선언하고 참여를 이끌었고, 중국의 21세기 가치관의 변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한학자 총재(왼쪽)가 1992년 12월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강연에 앞서 황철조(黃哲操) 중국전국부녀연합회 부주석과 환담하고 있다.

김민지 선문대 교수는 ‘한학자 총재의 방러 특별강연이 갖는 평가와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체제 전환기 러시아 여성운동의 흐름을 볼 때 1992년과 1993년 이루어진 한 총재의 강연은 러시아 여성 NGO 지도자들에게 평화의 새로운 비전을 줬다”고 소개했다. 실제 러시아에서는 한 총재가 강연에서 ‘여성이 평화를 이끄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메시지와 완전히 일치하는 비전을 가진 러시아 여성당이 1993년 12월 러시아 총선에서 30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김 교수는 또 “한 총재의 강연은 당시 회의 및 세미나 등을 통해 국제적인 연대를 강화하고 여성 간 교류를 활성화하던 러시아 여성들에게 더 큰 평화 세계로 연결되는 장으로 다가왔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학자 총재가 1992년 12월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세계평화와 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진호 단국대 교수와 우평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토론자로 나서 “한 총재의 중국 강연은 경제와 사회 발전에 공헌하고자 했던 역사적 업적”이라며 “지구촌의 전쟁을 막고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WFWP 같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호성 전 서울교대 총장은 총평에서 “한반도가 신냉전체제에 들어가고 있는 어려운 변혁기에 한 총재의 평화세계 구축을 위한 주창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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