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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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을 찾아라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특별한 날엔 빈티지 샴페인/가성비 좋은 프랑스 크레망과 스파클링/제철 대방어와 찰떡궁합/캘리포니아 샤르도네+비오니에 블렌딩/프랑스 알자스 피노그리와 호주 이든밸리 리슬링도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려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

“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Just like the ones I used to know...May your days be merry and bright/And may all your Christmas' be white ♩♬”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곳곳에서 들려오는 캐럴, 화이트 크리스마스. 고요한 성탄절 아침 살포시 눈을 떴을 때, 밤새 내린 하얀 눈이 창밖에 소복하게 쌓인 풍경. 이보다 더 낭만적인 모습이 또 있을까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크리스마스엔 온 세상을 뒤덮는 하얀 눈이 내리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이유죠. 그렇게 꿈꾸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정말로 우리 곁에 다가왔네요. 며칠째 전국에 내린 폭설 덕분에 낭만적인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실현됐습니다. 이제 꿈처럼 영롱하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 전구를 밝힐 시간.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다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더 낭만적으로 빛날 겁니다.

샤르도네.
꼴렛 블랑 드 블랑 프리미에 크뤼.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샴페인

 

스파클링 와인. 크리스마스나 연말 모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의 대명사죠.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며 입술과 혀를 간지럽히는 버블과 풍성한 과일향, 신선한 산도는 한모금에도 기분을 ‘업’시키며 당신의 시간을 별보다 더 반짝이게 만들 겁니다. 크리스마스 식탁에 스파클링 와인이 빠질 수 없는 이유죠. 샴페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은 3가지로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뮈니에랍니다. 넌빈티지 샴페인은 보통 이 세 품종을 모두 섞어서 만들어요. 하지만 병에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이라고 적혀 있으면 샤르도네로만 빚는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릴 수밖에 없겠네요. 샤르도네만 사용한 샴페인은 산도와 과일향이 더 돋보이고 우아한 매력도 지녔어요. 

꼴렛 로제.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로 적힌 샴페인은 피노누아나 피노뮈니에로 만든답니다. 레드 품종으로 만들었으니 좀 더 묵직하고 볼륨감 넘치는 샴페인을 원한다면 블랑 드 누아를 선택하세요. 레드 품종으로는 로제 샴페인도 만들어요. 사랑하는 여인의 매혹적인 입술 같은 핑크빛 샴페인은 연인들의 크리스마스에 더 잘 어울리겠네요.

 

샴페인 병에 연도가 적혀 있으면 그해 포도로만 빚은 빈티지 샴페인입니다. 기본급 샴페인은 1년, 빈티지 샴페인은 3년 병숙성합니다. 더구나 매년 만들지 않고 포도 품질이 아주 뛰어난 해에만 만드니 기본급 샴페인보다 빵냄새와 숙성된 사과향 등 복합미가 훨씬 뛰어납니다. 크리스마스나 생일같은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빈티지 샴페인을 곁들여 보세요. 

꼴렛 와이너리 전경.
꼴렛 밀레지엄 프리미에 크뤼 2014.

샴페인 꼴렛 밀레짐 브륏(Collet Millessime Brut) 2014는 법적 빈티지 샴페인 병숙성 기간 보다 두 배 이상 긴 무려 7년동안 유서깊은 석회암 동굴 셀러에서 숙성을 거친 뒤 올해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샴페인의 대명사 돔 페리뇽(Dom Perignon)이 6년을 숙성하니 그 보다 더 공을 들여 만들었네요. 피노누아 60%에 샤르도네 40%를 블렌딩했습니다. 코에서는 매우 정교하고 표현력이 뛰어난 진저브레드 향으로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촘촘하게 잘 익은 사과의 아로마가 비강을 파고듭니다. 입에서는 시트러스, 라임, 구스베리향과 신선한 산도가 음식을 부르고 바닷가에 서 있는 듯, 짭짤한 미네랄 풍미가 인상적으로 이어집니다. 꼴렛은 1921년 샹파뉴에 최초로 설립된 협동조합에서 만드는 샴페인으로 그랑크뤼 마을 포도 생산자 17명, 프리미에 크리 마을 포도 생산자 31명이 주인입니다. 꼴렛은 그랑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포도를 80% 사용해 우아한 샴페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메종 카스텔 스파클링.

◆가성비 좋은 프랑스 스파클링

 

빈티지 샴페인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가격 착한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도 있습니다. 부르고뉴, 알자스, 루아르, 보르도에서 생산되는 크레망은 샴페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듭니다. 다만 법정 병숙성 기간이 10개월 정도로 다소 짧고 품종도 조금씩 다릅니다. 물론 샴페인처럼 1년 이상 숙성하는 크레망도 많이 있습니다. 부르고뉴 크레망(Cremant de Bourgogne)은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를 사용해 샴페인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루아르 크레망(Cremant de Loire)은 샤르도네 외에도 루아르 대표 품종인 슈냉블랑을 비롯해 피노블랑, 피노그리, 옥세루아 등도 사용해 다양한 풍미가 매력입니다.  알자스 크레망(Cremant d‘Alsace)는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는 물론, 알자스의 대표 품종으로, 패트롤 미네랄이 특징인 리슬링과 피노블랑도 사용해 좀 더 미네랄이 풍성한 맛을 선사합니다. 요즘은 프랑스 레드 와인의 심장으로 생산량  프랑스 1위인 보르도에서도 크레망(Cremant de  Bordeaux)을 많이 생산하고 있답니다. 귀부 포도로 만드는 달콤한 소테른에 주로 쓰는 세미용을 비롯해 소비뇽블랑, 뮈스카델과 레드 품종 카베르네 프랑 등도 사용해 다양한 스타일의 크레망을 선사합니다. 크레망은 대형마트나 와인샵에서 2만대∼3만원대에 살 수 있습니다. 

메종 카스텔 뀌베 로제.

크레망 AOC로 지정지 않은 다양한 프랑스 스파클링도 많습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와인그룹 메종 카스텔(Masion Castel)의 뀌베 로제(Cuvee Rose)가 대표적입니다. 부르고뉴에서 생산되는 피노누아를 베이스로 다양한 지역의 포도를 사용합니다. 샴페인도 아니고 크레망도 아니지만 복합미가 뛰어나고 석류, 산딸기, 레드커런트의 과일향이 돋보입니다. 무엇보다 리터당 잔당이 12g으로 다소 높지만 뛰어난 산도 덕분에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아주 뛰어납니다.

메종 카스텔 뀌베 블랑쉬 브륏.

메종 카스텔 뀌베 블랑쉬 브륏(Masion Castel Cuvee Blanche Brut)은 부르고뉴 샤르도네를 베이스로 다양한 지역의 포도를 사용합니다.  샤르도네가 선사하는 흰꽃의 느낌을 주며 감귤류와 배의 과일향이 음식의 맛을 북돋워 줍니다. 샴페인 꼴렛과 메종 카스텔 와인은 가자무역에서 수입합니다. 산도가 좋은 샴페인과 스파클링은 요즘 제철을 맞은 대방어와 찰떡궁합입니다. 대방어는 추울수록 고소한 맛이 증폭되는데 스파클링의 산도가 대방어의 느끼함을 잘 잡아주고 고소함은 잘 살려 미각세포를 모두 일깨우니 꼭 도전해보세요.   

원스 어폰 어 바인 샤르도네.

◆디즈니의 빌런과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의 여왕’ 샤르도네는 샴페인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화이트 품종입니다. 미국 디즈니랜드에서도 판매되는 원스 어폰 어 바인(Once Upon A Vine) 시리즈는 디즈니 캐릭터중 빌런들을 소재로 스토리텔링하는 와인을 만들었답니다. 크리스마스에 딱 어울리는 와인이네요. 특히 원스 어폰 어 바인 샤르도네는 레이블에 거울을 들고 있는 빌런이 등장하는 걸 보니 백설공주를 괴롭히는 왕비인 모양입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누구냐”고 묻는 것 같네요. 이 샤르도네는 백설공주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닮은 우아함이 돋보입니다. 블렌딩에서 그 비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샤르도네 82%를 베이스로 크고 하얀꽃 같은 느낌과 사향, 유질감이 느껴지는 미네랄이 매력적인 비오니에 12%를 넣었습니다. 샤르도네는 볼륨있고 우아한 여인을 닮은 품종인데 여기에 비오니에의 풍성한 아로마가 어우러져 우아함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잘 익은 배를 시작으로 구아바, 파인애플 등의 열대과일향과 크림 브륄레의 달콤함까지 부드럽게 어우러지며 허브 아로마도 길게 이어집니다. 발효과정에서 리 스티어링(Lees stirring), 즉 긴 막대로 발효통을 휘저어 바닥에 가라앉은 효모 앙금 찌꺼기(lies)를 위로 띄우는 양조 기법인 바토나주(Batonnage)를 통해 와인에 풍부한 아로마와 복합미를 부여합니다. 비니더스 코리아에서 수입합니다.  

리슬링과 석화.

◆호주 리슬링과 알자스 피노그리

 

대방어와 함께 추울수록 맛있어 지는 제철 메뉴가 석화입니다. 굴은 겨울철 건강을 책임질 스테미너 음식이죠. 요즘 가까운 수산시장에 가면 손질한 싱싱한 석화 하프셀 30미를 1만5000∼1만6000원 정도에 살 수  있어 4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크리스마스나 연말 식탁에 꼭 올려보세요. 석화와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을 꼽으라면 단연코 리슬링입니다. 대표 캐릭터인 패트롤 미네랄향이 굴의 짭조름한 미네랄과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미식가들의 입을 호강하게 만듭니다.  

 

프랑스 알자스와 독일 모젤이 리슬링의 대표 산지이지만 요즘에는 호주 리슬링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표 산지는 바로사 밸리 바로 북쪽의 클래어 밸리(Clare Valley)와 바로사 밸리 동쪽에 딱 붙어있는 이든 밸리(Eden Valley)입니다. 리슬링은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르는데 클래어 밸리와 이든 밸리는 해발고도 500m로 서늘해 리슬링이 잘 자랍니다. 특히 알자스와 모젤 등의 석회질 토양에서 만든 리슬링은 미네랄이 돋보이는데 클래어 밸리와 이든 밸리 리슬링은  돌맛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미네랄이 발산돼 최고의 리슬링 산지로 요즘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피터 르만 위건 리슬링.

피터 르만 위건 리슬링(Peter Lehmann Wigan Riesling)은 이든밸리에서 만들어집니다. 라임과 자몽, 껍질 벗긴 레몬 등 시트러스 계열 과일 풍미와 꽃 향기, 가벼운 토스트 풍미함께 너무 강하지 않고 적당한 패트롤향이 어우러집니다. 아주 섬세한 기법을 통해 리슬링 특유의 패트롤향을 아주 부드럽고 우아하게 표현합니다. 산미는 생기발랄하고 우아한 피니시로 이어집니다. 일반 호주 화이트 와인과 달리 장기숙성 와인으로, 병입후 무려 5년 동안의 숙성을 거쳐 출시됩니다. 2015 빈티지는 지금 마셔도 충분히 열려 있지만 앞으로 2029년쯤까지 더 맛있게 익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제임스 서클링이 98점의 높은 점수를 부여했답니다. 피터 르만 위건 리슬링은 피터 르만의 프리미엄 레인지인 마스터스(Masters) 시리즈 와인으로 호주 와인의 선구자인 피터 르만(1930~2013)에게 헌정하는 와인입니다. 그는 호주 와인산업이 포도 과잉생산으로 재정 파탄에 직면하자 여러명의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1979년 피터 르만 와이너리를 설립해 도산 위기에 처한 와이너리들을 살린 인물입니다. 지금의 바로사의 명성을 만들어내는데 그가 큰 공헌을 한 겁니다. 여기에 뛰어난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낸 와인메이커 앤드류 위건(Andrew Wigan)을 더해 와인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피터 르만은 롯데주류에서 수입합니다. 

도프 앤 이리온 샤토 드 리크뷔르 그랑크뤼 스포렌 피노그리.

알자스의 피노그리도 겨울의 맛을 잘 살려줍니다. 피노그리는 피노누아의 클론입니다. 변이가 일어나면서 색이 좀 빠져 피노그리가 됐고 색이 더 빠져 화이트 품종인 피노블랑이 됐답니다. 셋 다 한 가족 품종이죠. 헤이즐넛, 아몬드, 애플, 배, 시트러스, 미네랄 풍미가 특징입니다. 바디감도 어느 정도 있고 게뷔르츠트라미너 보다 산도가 좀 높으며 향도 잘 느껴져 파워풀한 화이트 와인을 빚는데 많이 사용되는 품종입니다. 

 

알자스는 주도인 북쪽의 스트라스부르 인근 마를렁하임(Marlenheim)에서 시작해 콜마르를 지나 남쪽 뮐루즈(Mulhouse) 인근 딴느(Thann)까지 170km 가량 언덕을 따라 포도밭이 펼쳐진 ‘알자스 와인 루트(La Route des Vins d'Alsace)’가 이어집니다. 이 와인 루트를 따라 오베르네(Obernai)~몽생트오딜(Mont Sainte Odile)~오쾨니스부르성(Chateau du Haut-Koenigsbourg)~리크뷔르(Riquewhir)~에기솅(Eguisheim)~후파슈(Rouffach) 등 그림같은 중세마을과 관광명소가 펼쳐져 알자스 여행은 와인 마을을 따라가는 여행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중 리크뷔르를 대표하는 와이너리가 가자 무역에서 수입하는 도프 앤 이리온(Dopff & Irion)입니다. 도프와 이리온은 1945년 리크위리의 중세시대 성을 사들여 와이너리를 시작합니다. 샤토 드 리크뷔르 그랑크뤼 스포렌 피노 그리(Chateau de Riquewhir Grand Cru Sporen Pinot Gris)는 4개월 리 숙성과 7개월 병숙성을 거쳐 세상에 나옵니다.  잘 익은 살구, 모과, 복숭아, 배향이 캐머마일 등 허브향과 어우러지고 짭쪼름한 미네랄도 느껴집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