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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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고 넘어지고… 호남·제주 최고 80㎝ ‘눈폭탄’에 피해 속출

한파특보가 발효 중인 호남과 제주 지역에 이틀째 최고 70㎝가 넘는 많이 눈이 내리면서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중단됐다.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전도돼 불이 붙는 교통사고와 건물 지붕 붕괴, 낙상 사고 등도 속출했다. 각 지역 학교에서는 휴업하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했다. 기상청은 성탄절 전날이자 주말인 24일 오전까지 남부지역에 최대 30㎝가량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해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23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주차장에 차량이 흰 눈에 덮여있다. 연합뉴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적설량은 제주 애월읍 사제비 78㎝를 비롯해 전북 순창 복흥 63.4㎝, 전남 담양 24.7㎝, 광주 23.2㎝ 등이다.

 

제주에서는 초속 8∼10m의 강풍을 동반한 폭설이 이틀째 이어져 내륙을 오가는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혔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제주공항에서는 항공기 총 178편(출발 90·도착 88)이 운항할 예정이었으나, 모두 중단된 상태다.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발이 묶였다.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 재개 여부는 미지수다. 공항공사는 기상 상황으로 인해 항공기 결항이 지어질 것으로 보고 이용객들에게 사전 결항 여부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전북에서는 군산~어청도 등 도내 4개 항로 5척의 여객선과 제주~군산을 오가는 항공기가 모두 결항했다. 광주·전남에서는 광주·여수공항에서 김포·제주를 오가는 항공기 각 15편·10편이 결항했고, 무안국제공항에서도 3편이 운항하지 못했다. 여객선 50개 항로 68척 운항도 중단됐다.

 

23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고가도로에서 버스가 눈길에 멈춰서자, 승객들이 내려 버스를 밀고 있다. 연합뉴스

도로 통제 구간도 늘어나 전북에서는 이날 완주 모래재(4.8㎞)와 정읍 내장상동∼순창 복흥, 부전∼칠보(8.4㎞) 등 2곳이 추가되면서 모두 8개 시군 10개 노선(53.7㎞)이 됐다. 국립공원 62곳, 도립공원 53곳, 군립공원 18곳 등 총 12개소 133개 탐방로도 통제되고 있다. 

 

전남에서는 구례군 산동면∼고산터널(4.4㎞), 화순군 한천면 돗재(3㎞), 보성군 진목마을∼주릿재(〃), 진도군 두목재(1.5㎞) 등 11개 구간이 통제됐다. 광주에서는 북구 금곡마을~4수원지(5.4㎞), 무등산전망대~4수원지(2.1㎞), 일곡교차로~장등삼거리(3.6㎞), 운암고가입구~서영대 정문(0.5㎞) 구간이 통제됐다. 무등산 국립공원 탐방로도 전면 통제 중이다.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떨어지고 강풍까지 겹치면서 내리는 눈이 곧바로 얼어붙는 바람에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잇달아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48분쯤 전남 장흥군 남해고속도로 장흥톨게이트 인근 지점에서는 액화산소가스를 싣고 가던 25t 탱크로리가 눈길에 넘어졌다. 이 사고로 운전자(51)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에 실려 있던 탱크로리가 떨어져 나가 액화산소가스 일부가 노출됐다.

 

23일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에서 출근 시간이 지난 오전, 승용차들이 흰 눈에 덮여있다. 연합뉴스

또 오전 7시27분쯤에는 전남 곡성군 호남고속도로에서 45인승 버스가 교통시설물을 들이받은 뒤 왼쪽으로 넘어졌다. 고속버스에는 승객 10명이 타고 있었지만,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날 오후 10시30분쯤 전북 임실군 관촌면 완주~순천 고속도로에서는 25t 탱크로리가 빙판길에 넘어져 불이 나 전소됐다. 이날 오후 4시41분쯤 전남 영암군 삼호읍 한 도로에서는 경차가 저수지로 추락해 운전자(48·여)가 숨졌다.

 

시설 피해도 잇달아 전북에서는 상가와 축사, 비닐하우스, 창고 등 9건의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군산에서는 이날 오전 장미동에 있는 2층짜리 한 카페 건물 지붕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내려앉았다. 이 사고로 집기류가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으며,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순창 2개 마을에서는 수도 공급관이 한파로 얼어붙어 이날 오전 한때 343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눈길 낙상사고 또한 속출하고 있다. 전북에서도 눈이 내리기 시작한 전날부터 이날까지 46건의 낙상 신고가 소방본부에 접수됐다. 광주·전남에서도 낙상사고 22건, 18건이 각각 접수됐다.

 

23일 오후 전남 담양군 담양읍에 있는 한 농가에서 폭설로 인해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일선 학교에서는 휴업하거나 등교 시간을 1시간 이상 늦추고, 원격 수업으로 대체하는 등 학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폭설로 유치원 45곳과 초등학교 73개교, 중학교 43개교, 고등학교 10개교 등 모두 173개 학교가 휴업했다. 휴업은 눈이 많이 내린 임실과 정읍, 순창, 남원지역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유치원 34곳과 초·중·고 7131개교는 등교 시간을 평소보다 1∼2시간 늦췄다. 중학교 1곳은 이날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광주에서는 전체 610개 학교 중 213개교(34.9%)가 학사일정을 조정했다. 

 

각 자치단체는 이날 이른 새벽부터 제설차 량과 공무원을 동원해 제설작업에 주력했다. 전북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수준을 3단계로 유지한 채 제설 차량 등 장비 709대와 인력 666명, 제설재 3312t을 동원해 주요 도로 제설작업을 벌였다. 육군 35사단 등 군부대도 눈 치우기를 거들었다.

 

기상청은 “이번 눈이 오는 24일 오전까지 강약을 반복하며 5∼15㎝가량 더 내리고, 많은 곳은 20㎝가 넘어설 것”이라며 “교통안전과 시설물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제주·광주·전남=김동욱·김선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