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개각설이 나오고 3월 초 전당대회 일정이 맞물리면서 내후년 총선 공천권을 가질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권영세(사진 가운데)·원희룡(〃 오른쪽)·한동훈 등 현직 장관 차출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24일 뉴스1과 여권에 따르면, 다음달 설 연휴(1월21일~24일) 이전 개각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권 장관과 원 장관이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차출로 개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적절한 계기에 인사권자와 협의할 것"이라며 개각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날(23일) 국민의힘이 전국위와 상임전국위를 통해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였던 당 대표 선출방식을 '당원 투표 100%'로 바꾸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해, 친윤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다자 대결에선 후보들 간 격차가 크지 않아 승부 예측이 어려우나,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당원들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실린 친윤계 후보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예선 경선에서 친윤 후보가 4~5명 되더라도 결선에서 1대1 대결이 되면 결국 친윤이 당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친윤계 후보가 난립하고 비윤계인 유승민 전 의원이 선전할 경우, 2030세대·수도권 당원들의 표심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 전 의원이 예선·본선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결선에서 승부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당대회가 뚜렷한 강자 없이 혼전 양상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과 확실하게 윤 대통령을 뒷받침할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점도 장관 차출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군으로 10명 안팎의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5선의 조경태, 4선의 권성동·김기현·윤상현 의원, 3선의 안철수 의원 등이다. 원외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에 윤 대통령과 가까운 장관들의 당대표 출마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권 장관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윤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 내각 구성 당시에도 권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장관직 수락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장관이 현역 서울 4선 의원이라는 점도 관심을 높는 요인이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 대응하면서 보수 후보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을 받는다. 더구나 3선 국회의원에 재선 제주지사를 지내 내각에서 당으로 북귀해도 별다른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한 장관의 경우 이미 윤 대통령이 정치 참여 가능성에 선을 그은 만큼 당대표 출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현 당권 주자보다 원희룡, 권영세 장관으로 총선을 대비하는 게 낫다고 판단된다면 가능하다"며 "더군다나 두 인물 다 윤석열 정부에 몸담았던 인물이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성격이 뚜렷하기 때문에 언제든 전대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말했다.
다만 차출설은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원 장관은 지난 12일 국토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국토부가 부동산과 주택정책, 국민들의 여러 가지 교통물류 관련 민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며 "그 외에 대해선 제가 생각할 입장도 아니고 여력도 없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당대표 출마에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장관도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으로부터 당대표 출마 제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분명히, 단호하게 말씀드리겠다"고 일축했다.
두 장관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면 넘어야 할 난제도 많다. 권 장관은 지역구인 용산에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면서 운신의 폭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 장관도 2027년 대선 출마를 노리는 탓에 당대표에 도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현직 장관은 차출이 쉽지 않다"며 "문재인 정부 때 행정안전부 장관이던 김부겸 장관도 정치적으로 부담이 돼 결국 못 나갔다"고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이 장관을 차출해서 내보낼 때는 대통령에 굉장히 부담이 된다"면서 "지금도 대통령실에서 장관을 차출해서 나가면 대통령 뜻으로 읽힐 텐데 그건 굉장히 부담이고 역풍을 감당할 수준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뚜렷하게 앞서가는 친윤 주자가 없다는 점도 승부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오히려 윤심(윤 대통령 의중)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의 입지가 부각되고 있다.
뉴시스가 지난 21일 발표한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선 유승민(이하 직책 생략) 36.9%로 압도적 1위(2위는 나경원 14.0%)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좁히면 나경원 26.5%, 안철수 15.3%, 유승민 13.6%, 김기현 10.3%, 주호영 9.4%, 황교안 5.3%, 권성동 4.3%, 조경태 1.7%, 윤상현 1.1% 순이었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19일 전국 성인 1001명을 상대로 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달 초 대구에서 열린 한 언론 모임 토론회에 참석해 김기현·윤상현·조경태·나경원·권성동 등 당권 주자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으로, 다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