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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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화장실서 미끄러져 다리 부상…法 “주인 책임 30%·투숙객은 70%”

재판부, 미끄럼 방지 장치·주의 안내문 없다면서 "화장실 안전성 갖춰야 할 의무 있어" 판단

 

숙박업소 화장실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해 부상을 입었다면 책임 소재는 어떻게 될까. 법원은 화장실 설치·보존 하자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숙소 주인에게 3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B(69)씨는 지난 2018년 7월30일 오후 3시께 가족들과 함께 A씨가 운영하는 울산시 울주군의 한 펜션을 방문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B씨는 입실 2~3시간 이후 객실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화장실에 비치된 실내화를 신은 채 넘어지며 다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B씨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 등 부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화장실에는 미끄럼 방지 타일과 매트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실내화 역시 미끄럼 방지 기능이 없는 실리콘 재질의 슬리퍼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화장실이나 객실 입구에 미끄럼 주의 안내문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고와 관련해 B씨에 대한 채무가 없음을 확인하는 소송을 냈고, B씨는 사고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반소를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 가족이 입실했을 땐 화장실에 물기가 없었고, B씨 또는 B씨 가족들이 발생시킨 물기로 인해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사고 발생에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화장실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에 의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 주장을 배척하는 한편, B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민사17단독 박대산 부장판사는 지난달 11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또 B씨가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반소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박 판사는 "펜션이 물놀이할 수 있는 계곡에 있었고 야외수영장까지 운영했던 점 등을 보면 투숙객들이 객실 사용 중 화장실에 얼마든지 물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원고로서는 투숙객이 객실을 이용하는 기간 동안 화장실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쉽게 발생하지 않도록 객실 화장실이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다만 B씨 가족이 화장실을 사용하던 중 바닥에 생긴 물기가 사고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과 B씨가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A씨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치료비와 일실수입 등을 책임 비율로 나눈 비용과 위자료 300만원 등을 포함해 총 127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