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7명이 다치고 수억원에 달하는 영업피해가 났던 올해 1월 충북 영동터널 인근에서의 KTX-산천 탈선 사고 원인이 열차 중간 부위 차륜의 ‘피로 파괴’라는 조사 결과가 26일 나왔다. 재료 내부의 피로나 미세균열 등이 진행되다가 ‘파단(破斷)’ 되는 것으로, 반복하중이나 변동하중의 장기간 작용이 이유로 지목된다. 즉, 열차 바퀴에 하중이 지속적으로 가해져 내부에 미세균열 등이 생기면서 파손됐다는 뜻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지난 1월5일 경부고속철도 하행선 대전-김천구미역 사이에서 발생한 KTX 궤도이탈 사고 조사 결과 이 같은 사항이 포함된 ‘철도사고 조사보고서’를 이날 발표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진 조사는 최초 탈선사고 발생 후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서야 나왔으며, 차륜 분석 등 사고 관련 내용만 무려 92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시속 약 285㎞로 달리던 중 최초 탈선…승객 7명 다치고 수억원 피해 발생
보고서에 따르면 앞서 사고는 지난 1월5일 오전 11시51분쯤 대전역과 김천구미역 사이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역을 떠나 같은 날 오후 1시13분 부산역에 도착 예정이던 KTX 산천 열차(승객 303명 탑승)가 시속 약 285㎞로 달리던 중 서울역 기점 192.870㎞ 지점에서 6호차가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최초 탈선했다.
열차는 차륜이 파손된 상태로 운행하다가 최초 탈선지점에서 1.3㎞를 지난 지점에서 차축이 탈락했고, 다시 1.6㎞ 정도를 더 간 후 비상제동이 체결돼 최초 탈선지점에서 5㎞ 정도를 더 가고서야 멈췄다. 이 과정에서 파손된 차륜 조각이 외부로 튕겨 나가 선로 변 전철주를 관통했고, 다른 조각은 객차 화장실 바닥면을 뚫고 들어갔으며, 레일과 침목 그리고 열차 유리창 등이 파손됐다.
사고로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승객 7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고, 215개 열차 운행이 지장을 받으면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추산 5억4000여만원의 영업피해가 났다. 이 외에 차량 분야 9600여만원에 레일 파손 등으로 약 5억5000만원 등 7억1000만여원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전체적인 피해 액수만 10억원이 넘었다.
열차 운행을 담당한 A(57) 기장은 ‘대전역 출발 후 서울역 기점 184㎞ 지점에서 시속 230㎞ 구간을 225㎞로 운행했다’며 ‘견인운행 중 (서울역 기점) 약 193㎞ 지점에서 ’쿵‘하는 소리가 나며 비상제동이 체결되고 주회로차단기(MCB)가 개방돼 전차선 전압이 0V(볼트)로 표시돼 정차했다’고 진술했다고 보고서에 적혔다. 관제사를 호출해 비상제동체결 정차 상황을 보고한 후에 차량 기동을 시도했지만, 주공기 압력이 상승하지 않아 기동할 수 없었고, 운전실에서 하차해 열차를 살펴본 동안 차축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고도 되어 있다.
◆5년간 207만8000㎞ 달리고 바퀴 파손…차륜 등 기준도 모두 허용치
사고 구간 선로는 국가철도공단의 ‘선로유지관리지침’에 따라 점검이 이뤄졌으며 궤도선형검측기로 탈선지점 측정 결과, 선로의 고저·수평·방향·궤간 모두 목표기준 이내로 뒤틀림도 주의기준 이내였다. 목표기준은 보수작업 허용 기준으로 보수작업 시 해당 허용치 내로 작업해야 한다는 점을, 주의기준은 보수가 필요하지 않지만 관찰이 필요하고 계획에 따라 예방보수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기준이다.
사고 열차는 2016년 현대로템이 제작해 2017년 4월1일부터 영업운행을 시작했고, 전·후방 동력차 1량씩과 중간 객차 8량 등 총 10량으로 편성됐다. 이 차량의 차륜은 열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이 이탈리아의 차륜 제작사인 ‘루치니(LUCCHINI RS)’에서 차축과 함께 일괄 납품 받아 장착했다.
코레일은 ‘철도차량 유지보수세칙’과 ‘고속철도차량 유지보수기준’에 따라 정기적으로 열차를 정비했고, 사고차륜도 검사 주기에 따라 2017년 11월을 시작으로 2019년 2월, 2020년 5월, 2021년 5월에 총 4차례 초음파탐상을 실시했다. 차륜은 시운전 기간을 포함해 총 5년 동안 207만8000㎞를 주행한 후 파손됐다.
사고 열차의 차륜은 직경·두께·높이 등은 모두 기준치 이내로, 2017년 4월부터 사고가 나기 전인 지난해 4월까지 총 5회에 걸쳐 ‘삭정’이 이뤄졌다. 삭정은 열차 바퀴의 일부분을 깎아서 바퀴와 레일 간의 접촉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 삭정 후 차륜 직경은 874.8㎜로 사고 당시에는 이보다 좀 더 줄어든 869.0㎜였지만, 사용한도(마모한계)인 850㎜에는 도달하지 않아 운행에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었다.
이와 별도로 사고 당시 충북 영동군의 날씨는 기온이 영하 0.8도에 습도는 46%, 풍속은 초속 0.6m로 기상 조건이 탈선사고에 영향은 미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밝힌다. 사고 구간은 고속선 복선전철 구간으로 전압은 단상 교류 2만5000V(볼트)로 사고와 관련된 기록은 없었다.
◆기장의 결격 사유나 규정 위반 운전 없어…사조위, ‘피로 파괴’로 인한 사고 결론
이러한 점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자면 ▲시속 약 285㎞로 운행 중 서울역 기점 192.855㎞ 지점에서 파손된 차륜이 레일두부를 최초로 타격했고 ▲192.870㎞ 지점에서 사고차축의 양쪽 차륜이 열차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최초 탈선하면서 레일 우측부 침목을 파손했다. 차륜 파손 상태로 달리던 열차는 서울역 기점 194.200㎞ 지점에서 운행 충격으로 차축이 탈락했고 ▲서울역 기점 195.770㎞ 지점에서 제동장치 공기관 파손으로 비상제동이 자동으로 체결돼 서울역 기점 197.700㎞ 지점에서 멈춰 섰다.
운전경력 등 조사에서 결격 사유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A기장은 운행정보기록에도 제한 속도를 초과하거나 위배하는 운전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후에는 즉시 관제사에게 보고 후, 휴대전화를 활용해 기술지원을 받아 적정 업무를 수행했다.
사조위는 열차 진행방향 중간부 대차의 뒤축 우측 차륜이 제작사양으로 정한 사용한계 도달 이전에 ‘피로 파괴’로 파손돼 탈선사고가 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파손 차륜의 경도와 인장강도가 최소 허용치보다 낮았고, 균열 시작점에 ‘미세기공’이 군집·분포된 점, 기존 초음파검사로는 차륜 전체 내부 결함을 조기에 발견할 수 없었던 점 등이 사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고속열차 차륜의 발주부터 유지관리 등 모든 단계의 안전성 확보 방안 마련·시행, 차륜 내부 결함의 조기 발견이 가능하도록 초음파검사 방식·주기 등 개선을 코레일에 권고했다. 특히 사고 열차에서 1회 기록된 이른바 ‘대차헌팅(대차불안정)’이 광명역 제어 담당 권역인 서울역 기점 33~45㎞(왕복 24㎞ 구간)에서 자주 발생한 것으로도 확인됨에 따라, 이 구간의 선로 구조 이상 여부 진단과 개선 등 필요성도 제기했다.
시속 270㎞ 이상 주행 시 좌우진동으로 인한 횡방향 가속도가 일정 기준 지속돼 고장 메시지를 나타내는 이른바 ‘대차헌팅’은 지난해 경부선 상·하행 전체 구간(왕복 총 796.4㎞)에서 총 4791회 발생했고, 이 중 288회가 광명역 제어 담당 권역에서 일어났다.
사조위는 국토부에도 ‘철도안전법’에 따라 고속열차 차륜 안전성과 품질 확보 여부를 확인·점검하라고 권고했다. 사조위 관계자는 “바로 관계 기관에 조사보고서를 송부해 안전권고 이행결과 또는 계획을 제출토록 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안전권고 이행 상황 점검 및 독려 등을 통해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