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별이 바뀌는 도마뱀
2015년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기후변화가 도마뱀의 성별을 바꾸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이 연구를 진행한 호주 캔버라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평소 기온의 변화에 민감한 도마뱀이 따뜻한 날씨에서 더 많은 암컷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성별이 뒤바뀌는 현상이 나타난 도마뱀은 호주 전역에 분포하는 ‘턱수염도마뱀’이다. 도마뱀의 성염색채는 Z와 W로 구분해 수컷은 ZZ 암컷은 ZW로 나타난다. 연구팀이 턱수염도마뱀 131마리를 대상으로 외부 기온을 32도 이상으로 높이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그중 11마리는 수컷인 ZZ유전자를 가졌음에도 외관상 암컷의 특성을 보이며 알을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를 이어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수컷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생태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마뱀 뿐만 아니라 악어, 거북이 등 모든 파충류가 성별 결정에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에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일부 종의 수컷이 점점 더 희귀해져 종 전체가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 작아지는 염소
세계경제포럼은 “따뜻한 온도가 수컷 염소를 암컷으로 만들지는 않지만 이탈리아 알프스에 사는 염소를 더 작게 만드는 데는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실제 영국 더럼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알파인 샤모아 산양의 무게는 현재 1980년대보다 평균 25% 줄었다. 같은 기간 산양이 사는 곳의 평균 기온은 3∼4도가량 올랐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온혈 동물은 체온이 높을수록 더 이상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많은 살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체중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 염소는 더 적은 음식을 필요로하기 때문에 다른 자연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많이 쉬기 때문에 먹이를 찾는 데 적은 시간을 쓰게 된다. 왜소해진 염소는 그러나 추운 겨울이 오면 얼어 죽을 가능성이 높아 궁극적으로는 염소 개체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지적했다.
3. 와인 품질 저하
와인용 포도는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기후 조건이 맞지 않으면 썩거나 익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기후는 맛있고 가치가 높은 와인을 생산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세계경제포럼은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에 자주 발생하게된 산불은 스페인과 캘리포니아의 유명 포도밭을 파괴했지만 그 이전에 이미 와인의 맛이 변하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BBC는 “단맛과 산미, 2차 화합물 사이의 균형이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는다”면서 “따뜻한 온도에서는 숙성이 과하게 되어 포도에 단맛이 강해지고 건포도같은 맛이 난다”고 보도했다. 높은 온도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알콜 함량도 높아 알싸한 맛을 유발하고 풍미와 향을 감소시킬 수 있다. 미국립과학원회보는 “기후변화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와인 재배에 적합 지역의 73%가 감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4. 커피 생산량 감소
커피는 일년 내내 밤낮으로 온도가 안정된 지역에서 가장 잘 자란다. 최근의 급격한 기후변화는 커피 작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수출국인 브라질은 서리와 가뭄으로 인해 최근 아라비카 원두 수확량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브라질 정부는 기후 재해로 커피 생산량이 전년도 대비 22.6% 줄었다며 이에 따라 커피 가격이 35∼40%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30년 동안 커피, 캐슈넛 및 아보카도의 재배 조건을 모델링 한 결과 커피가 모든 주요 생산 지역에서 부정적인 기후 영향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의 경우 2050년까지 전 세계 커피 재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의 수가 50% 감소하고 적당히 적합한 지역의 수는 31∼4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경제포럼은 “이는 기후 조건의 변화가 커피 부족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수백만 명의 소득을 위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5. 잦은 난기류에 따른 비행 안전 위협
미국 국립교통안전위원회(NTSB)는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을 벗어나는 공기 순환 패턴이 자주 발생하면서 항공 사고를 더 자주 일으키고 있다고 지난해 밝혔다.
NTSB는 “1965∼2017년 미국에서 기록된 비행 중 심각한 부상의 20%는 항공기가 난기류에 진입한 결과”였다면서 “특히 맑은 하늘에서 발생하는 난기류는 향후 수십년간 2∼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맑은 하늘에서 발생하는 난기류(청천난기류)는 눈으로 감지하거나 레이더 장비로도 감지하기 어렵다. 급작스런 난기류로 비행기가 크게 요동치면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승객과 승무원이 큰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승무원협회장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예고 없는 난기류로 천장과 바닥에 몇차례 심하게 부딪쳐 장애를 입고 일자리를 잃은 승무원들이 있다”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난기류 대책을 촉구했다.
6. 뇌우 증가
지구에는 하루 평균 약 800만번의 번개가 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미국 사이언스지에 실린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르면 번개 횟수가 1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는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고 공기 중 습도를 높이는데, 이 두 가지 요인이 뇌우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번개가 자주 발생하면 더 많은 산불이 발생한다. 전기 장비 및 전력망에 광범위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른 인명피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인도에서는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던 사람들에게 벼락이 떨어져 11명 이상 숨지는 등 벼락에 의한 참변이 여러건 발생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기관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인도에서 발생한 낙뢰는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낙뢰가 이례적 현상으로 여겨지는 북극 지방에서도 최근 낙뢰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와 뉴질랜드 오타고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2020년 북위 65도 이상 지역에서 발생한 낙뢰는 2010년보다 8배 이상 늘었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 낙뢰 증가의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7. 화산 폭발
아이슬란드에서는 최근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포착되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도 기후변화가 꼽힌다. 아이슬란드 화산은 많은 빙하로 덮여있는데,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표면 압력이 감소해 마그마가 쉽게 지표면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역사적 기록을 봐도 빙하가 두껍게 자리잡은 시기에 분화 횟수가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 화산 폭발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춥지 않은 지역의 화산도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을까? 많은 과학자들이 그렇다고 보고 있다.
이달 초 폭발한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세메루 화산은 지난해에도 폭발해 5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례적 장기간 폭우가 화산 정상에 위치한 분화구의 용암 돔을 무너지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 마그마에 가해지는 압력이 낮아지면서 폭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이 38년 만에 분출하는 등 하와이 화산 활동이 잦아지는 것 역시 폭우 등 기후변화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화산 분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기후변화와 빙하, 화산 활동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밝히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