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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 불발… 2023년 나라빚, GDP 절반↑ 외 [한강로 경제브리핑]

여야의 극심한 정쟁 속에 국가 재정의 총량을 통제·관리하는 재정준칙의 연내 도입이 사실상 무산됐다. 시급한 민생 법안도 줄줄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복합위기 국면에서 맞는 내년도 경제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가운데 정치권이 되레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세계일보 자료사진

◆재정준칙 불발... 내년 나라빚, GDP 절반↑

 

26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지켜내기 위한 재정준칙의 연내 도입은 물 건너 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지난 9월 대표 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법안 통과의 첫 단계인 기재위 경제재정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의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더욱 엄격히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5년 사이 국가채무가 400조원 이상 증가하고, 국제 신용평가사 등에서 한국의 재정 전망에 대해 경계감을 표시한 데다 저출산·고령화로 중장기 재정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재정준칙 도입 논의를 촉구했지만 국회는 응답하지 않았다. 정부가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을 1.6%로 하향 조정하면서 내년 국가채무는 1134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50.4%)도 절반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각각 최우선 처리 대상으로 꼽은 민생 법안도 연내 처리가 어려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명 ‘노란봉투법’ 등 7대 민생 법안을 발표하며 정기국회 내 처리를 공언했으나 대다수 법안이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이 내세운 ‘반도체특별법’ 등 10대 민생 법안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로 구성된 ‘3+3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올해 안에 본회의를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이른바 ‘공공기관 알박기 방지법’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됐지만, 피해자를 지원할 근거법은 1년 넘게 공백 상태다.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으나 2년 가까이 계류 중이며 요양기관의 건강보험증 확인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도 1년 넘게 묶여 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63아트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뉴시스

◆집 대출 갚는데 월소득 60% 쓴다

 

최근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보유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3년 반 만에 6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차주들이 평균적으로 원리금을 갚는 데 소득의 60%를 쓰고 있다는 뜻이다.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7조원 넘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주담대 보유 차주의 평균 DSR는 60.6%로 2019년 1분기(60.2%) 이후 14개 분기 만에 60% 선을 넘어섰다. DSR는 연간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을 뜻하는 지표다. 

 

2019년 1분기까지 60%가 넘었던 주담대 차주 평균 DSR는 같은 해 2분기 58.9%로 떨어진 뒤 2020년 1분기에는 55.2%까지 하락했다. 이후 55% 안팎 수준을 보이다가 한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3분기(57.1%)부터 올 2분기(59.4%)까지 꾸준히 상승했고, 3분기에는 60%를 돌파했다. 당국의 DSR 40% 규제에도 주담대 차주의 DSR가 60% 선을 넘어선 데는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가파른 금리 인상은 빚을 내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채무 부담도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00%포인트 오를 경우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7조4000억원 늘었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이자 부담 증가액은 대출 금리 상승 폭 0.25%포인트 때 60만원에서 0.50%포인트 때 119만원, 1.00%포인트 때 238만원, 1.50%포인트 때 357만원 등으로 커졌다. 이는 한은이 자영업자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3분기 말 약 72.7%) 등을 바탕으로 추정해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수준을 계산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제2금융권이 연말을 맞아 대출 총량 규제·건전성 관리를 위해 일반 대출 상품뿐 아니라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 취급을 대폭 축소하고 있어 취약 차주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금융 당국은 관계 기관과 함께 정책상품 보완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언성 공공정책국장, 최상대 2차관, 김윤상 재정관리관. 뉴스1

◆공공기관 정원 1만2000명 줄인다

 

정부가 공공기관 정원 1만2000여명을 줄이는 작업에 나선다. 이전 정부에서 10만명 이상 인력이 증가하면서 공공기관 업무영역이 민간과 중첩되는 등 인력 운용상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았는데 이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대한석탄공사에서 전체 인원의 20% 이상이 감축되는 등 현재 44만9000명 수준의 공공기관 인원의 2.8%가량이 2025년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상대 기재부 2차관 주재로 열린 제1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혁신계획 중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이 상정·의결됐다.

 

기재부는 이번 계획에 따라 공공기관 정원의 1만2442명이 순차적으로 조정된다고 밝혔다. 연도별로는 내년에 1만1081명, 2024년과 2025년 각각 738명, 623명이 줄어든다. 정부가 공공기관 정원을 감축하는 건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 이후 14년 만이다.

 

유형별로는 △기능조정(-7231명) △조직·인력 효율화(-4867명) △정·현원 차 축소(-5132명)를 통해 인원이 감축되고, 인력 재배치를 통해 4788명이 늘어난다.

 

조직을 통합하거나 지원인력을 조정하는 등 조직·인력 효율화도 함께 진행된다.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해외지사 3개소 폐쇄 및 국내지사 2개소 통합이 이뤄지고, 근로복지공단도 고용·산재 보험 미가입 사업장에 대한 상담·지원 업무를 일부 비대면 전환한 것에 맞춰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정·현원 차 축소와 관련해 한국도로공사서비스와 한전MCS 등에서 각각 971명, 440명 인력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 3·4호기 건설 등 국정과제 인력에 2577명을 배치하고, 철도공사 중대재해 예방인력 및 환경공단 도시침수·안전대응 등에 646명을 증원 배치하는 등 4788명의 인력이 재배치된다.

 

기관별로 보면 공기업에서는 대한석탄공사가 기존 정원 655명 중 21.2%에 달하는 139명이 줄어든다. 한국마사회(-373명)와 한국조폐공사(-118명)도 각각 조정률이 –11.7%, -7.8%에 이를 전망이다. 준정부기관에서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172명(-10.4%)이 조정되고, 기타공공기관에서는 코레일로지스에서 296명이 줄어 조정률이 –35.3%로 가장 컸다. 또 한국체육산업개발과 한국도로공사서비스도 각각 288명(-19.6%), 1041명(-16.5%)이 감축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정책금융 205조원 투입

 

정부가 어려운 대내외 경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내년 총 205조원의 금융 지원을 추진한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등 글로벌 초격차 산업 육성 및 미래 유망산업 지원, 산업구조 고도화와 관련한 분야에 정책자금 공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 및 관계부처 간 ‘2023년도 정책금융 자금공급 협약’을 체결하고 내년도 정책금융기관 자금 공급 방향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산은 등 금융위 소관 정책금융기관은 2023년도 정책자금 공급 목표액을 2022년보다 11조원 늘어난 205조원으로 책정했다.

 

특히 정부의 ‘신성장 4.0’ 전략과 부처별 산업정책을 반영해 5대 중점 전략과제를 선정하고, 이들 5개 분야에 공급액의 약 40%인 81조원을 집중 공급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5대 전략과제는 △글로벌 초격차 산업 육성(16조원) △미래 유망산업 지원(13조원) △산업구조 고도화(17조원) △유니콘 육성(9조원) △경영애로 해소(26조원) 등이다.

 

이 중 초격차 산업 육성 방안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주력산업의 초격차 지위를 유지하도록 돕는 데 중점을 뒀다.

 

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및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지원, 디스플레이 설비투자 및 기술 고도화 지원, 차세대 배터리 연구 및 핵심 소재 국산화 지원 등도 포함된다.

 

이 밖에 친환경·자율주행 차량으로의 전환에 따른 미래차 산업 경쟁력 강화, 차세대 원전기술 개발 및 해외 원전수주 지원 등도 중점 지원 대상이다.

 

이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유니콘 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벤처·중소 기업의 성장단계별 모험자본 공급에 총 9조원을 투입한다. 3고(高) 현상 등 대내외 여건 악화에 따른 기업 경영애로 해소에도 총 26조원을 공급한다.

 

정부 부처와 정책금융기관은 내년 중 정책금융지원협의회를 수시로 열어 자금 공급 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미진한 부분은 수시로 보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차 사고 경상환자 치료비 과실만큼 본인부담

 

내년부터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에 대한 대인배상 시 본인 과실이 적용된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해 개정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단순 타박상 및 염좌 등 경상환자의 ‘대인배상Ⅱ’ 치료비 중 본인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보험(자기신체사고 또는 자동차상해)이나 자비로 처리해야 한다.

 

현재까지 자동차 사고 발생 시 100대 0 사고만 아니면 과실 정도와 관계없이 상대방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했다. 이 때문에 과실 비율이 작은 피해자가 부상 정도가 심하다고 주장하는 가해자에게 더 많은 치료비를 보상해주는 등 형평성 문제와 과잉진료 유발 부작용 등이 지적됐다.

 

다만 경상환자의 대인배상 시 본인 과실이 적용되더라도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차량 운전자를 제외한 보행자나 이륜차, 자전거 등은 과실이 있어도 지금과 같이 치료비가 전액 보장된다.

 

내년부터는 경상환자가 4주를 초과한 장기 치료를 받을 경우 진단서 제출도 의무화된다. 보험금도 진단서상 진료 기간에 맞춰 지급된다.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하는 수리비와 견인비, 친환경차 대차료 지급 기준도 개선된다. 우선 자동차보험의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에서 긁히고 찍힌 ‘경미한 손상’의 수리 기준에 복원수리 외에 ‘품질인증부품’을 이용한 교환수리도 내년부터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