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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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장연 지하철 시위, 더 이상 관용 없다”

1월 2일 시위 재개 발표에 ‘일촉즉발’

오 시장 “경찰과 공조해 신속하게 대응
민·형사 포함한 모든 법적조치 다 할 것”

전장연, 예산 0.8% 증액에 “휴전 끝” 선언
삼각지역 중심 ‘지하철 행동’ 돌입 예고

서울시, 시위 재개 땐 손배소 제기 계획

서울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대립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 전장연이 내달 2일부터 지하철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밝히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관용 원칙으로 강경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시위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은 물론, 새해 벽두부터 시민들의 출근길 대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오 시장은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무관용 원칙’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전장연 시위 재개 선언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1년 넘게 지속된 지하철 운행 지연 시위에도 시민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극도의 인내심을 보여 주셨다”며 “그러나 서울시장으로서 이제 더 이상 시민의 피해와 불편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경찰과 공조해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오전 서울경찰청장과 논의를 마쳤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요청하면 경찰이 지체 없이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시위 현장에서의 단호한 대처 외에도 민·형사상 대응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법적인 조치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 시장은 “서울시정 운영 기조인 ‘약자와의 동행’이 불법까지도 용인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라며 “불법에 관한 한 이제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20일 전장연에 “국회 예산안 처리 시점까지 시위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장애인 권리 예산을 증액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만큼, 국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될 때까지 시위를 중단해달라고 제안했다.

전장연은 오 시장의 제의를 받아들여 21일부터 활동을 중단했으나, 전날 시위 재개를 선언했다. 국회가 통과시킨 내년 예산안에 자신들이 증액을 요구한 장애인 권리 예산(1조3044억원) 중 0.8(106억원)만 반영됐다는 것이 이유다. 전장연은 성명에서 “이제 휴전은 끝났다”며 “예산 쟁취를 목표로 오는 1월 2∼3일 삼각지역을 중심으로 ‘지하철 행동’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엄포를 놨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정부와 국회에 장애인 권리 예산을 반영해달라며 지하철을 반복적으로 타고 내리는 방식으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직접 대응을 자제했으나 전장연 시위가 1년 넘게 지속하며 시민 불편이 커지자 지난 14일 삼각지역에서 한 차례 무정차 통과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전장연은 사전 장소 공지 없이 ‘게릴라 시위’를 하며 맞대응했다.

전장연이 내달부터 시위를 재개할 경우 시는 그동안 발생한 손실액을 추산해 손해배상을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공사는 전장연이 지난해 1월22일부터 11월12일까지 7차례 벌인 지하철 시위가 불법 행위라며 3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낸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9일 ‘엘리베이터 설치’와 ‘시위 중단’을 골자로 한 강제조정을 내렸다. 전장연이 열차 운행을 5분 초과해 지연시키는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전장연은 내달 2일 강제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며, 이의를 신청할 경우 재판이 진행된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