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가 26일 휴전선을 넘어 5시간 동안 한국 영공을 비행했지만, 우리 군은 탐지·격추를 포함한 대응 작전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군은 북한 무인기 격추 시도 과정에서 민간 피해를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이들 무인기가 휴전선을 넘어와 민간 거주지역까지 남하하기 전에 조준사격을 실시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인기 파편의 지상 낙하에 따른 피해와 북한 무인기의 남측 영공 침범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이 26일 북한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공중전력 위주로 격추 작전을 진행한 것도 논란거리다. 초음속 전투기나 프로펠러 경공격기는 무인기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다. 군이 북한 무인기 격추 시도 과정에서 공격헬기에서만 실탄사격을 실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당시 지상의 국지방공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는 어느 정도 탐지가 이뤄졌으나 20㎜ 벌컨포와 30㎜ 비호복합방공체계를 비롯한 지상 방공무기는 사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상 방공무기 운용개념이 24시간 가동하며 대기하는 형태가 아닌 데다 자체 탑재 탐지장비에 포착되지 않거나 유효사거리를 벗어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지상 대공포 부대가 사격을 감행했다 하더라도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군이 과거 국내에서 추락한 북한 무인기와 비슷한 형태의 무인기로 격추 시험을 한 결과, 30㎜ 비호자주대공포로 600∼700m 떨어진 무인기에 300발 쐈을 땐 1발만 명중했고, 벌컨포로 400∼500m 거리에서 300발을 사격하면 2발이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지상 대공사격으로 무인기를 파괴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새로운 방식의 요격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육군과 공군으로 나뉜 방공체계의 통합 필요성 등도 거론된다.
한편 북한이 날려보낸 무인기 중 서울 상공에 진입했던 1대를 우리 공군 KA-1 경공격기가 육안 식별과 경로 조정을 반복하면서 휴전선 인근까지 추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피해를 우려해 사격하진 못했으나, 공중에서 근접해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속 북한 무인기는 날개 전장 2m의 소형으로 글라이더 형태에 하늘색으로 도색해 공중에서 식별이 어렵게 만들었다. 속도는 시속 100㎞, 고도는 3㎞로 포착됐다. 군은 이 무인기에 대해 원격조종이 아닌 사전에 입력된 좌표를 따라 비행하는 방식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형태는 2014년 인천 백령도와 2017년 강원 인제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와 유사하다. 군 관계자는 “일부 (성능이) 향상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한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관련 상황이 제때 전파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무인기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면서 추적과 감시를 하다 보니 문자메시지 등으로 알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군 대응과 관련해 육군 대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작전상 상황 공유가 제한된다면, 적어도 그 지역 주민에게라도 상황 설명이나 최소한의 경보가 있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군 안팎에서 제기되는 대응 논란 및 비판에 대해 군은 고개를 숙였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정찰용 소형 무인기는 3m 이하의 작은 크기로 현재 우리 군 탐지·타격 능력으로는 제한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적 무인기의 도발에 대비해 각급 부대별 탐지·타격 자산 운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탐지자산은 초기부터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도록 적극 운용하며 타격자산을 공세적으로 투입하겠다”며 “주기적으로 합참 차원에서 통합된 합동방공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군의 대응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북한이 무인기 수백 대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성능 폭발물이나 생화학무기 등을 운반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만큼 한국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