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21대 국회 들어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본회의에서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 결과 271명 중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정의당은 6명 전원이 찬성 표결하겠다고 본회의 전에 밝혔다. 169석의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한 민주당이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노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이다. 참으로 낯 뜨겁고 후안무치한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상정된다면 부결될 게 뻔하다.
노 의원은 2020년 사업가 박모씨 측으로부터 경기 용인 물류단지 개발, 태양광 사업 등 청탁을 받고 6000만원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 의원은 “부당한 수사, 억울한 희생양”이라고 하지만, 검찰 수사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 의원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3억원의 현금 다발에 대해 노 의원은 2014년, 2017년 부의금과 2020년 출판기념회 후원금이라고 해명하지만 검찰은 돈뭉치 은행띠지의 날짜가 최근으로 찍혀 있다고 반박한다. 한동훈 법무장관에 따르면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도 있다. 노 의원이 자신의 말대로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수사를 받고 결백을 증명하면 될 일이다.
헌법엔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부당한 탄압으로부터 입법부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불체포특권은 의원들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놓고 법망을 피해 가는 면죄부로 전락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이유로도 개인 비리 혐의자인 노 의원을 불체포특권으로 보호한 민주당의 행태는 정당화될 수 없다.
여야 모두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여러 차례 관련법을 발의했지만 흐지부지됐다.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48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표결도 기명으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도 본회의 보고 즉시 표결 및 기명 투표안을 내놨으나 모두 립서비스에 그쳤다. 국회의원 방탄용으로 전락한 구시대적 특권을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비등해질 것이다.
[사설] 노웅래 체포동의안 부결시킨 민주당의 후안무치
기사입력 2022-12-28 22:54:12
기사수정 2022-12-28 22:54:11
기사수정 2022-12-28 22: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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