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를 탐지하기 위해 국제선 항공기의 폐수를 채취해 검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완화한 중국 내에서 감염자가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항공기 폐수 분석 같은 정책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 입국 규제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자국에 유입되는 것을 늦추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감염질환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틴 노들룬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에 보낸 이메일에서 “비행기 폐수 분석을 코로나19 새 변이가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늦추기 위한 선택방안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대변인은 “이전 코로나19 감시에서 폐수 분석이 유용한 도구라는 게 증명됐다”며 “항공기 폐수 검사가 한 가지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염질환 전문가들은 항공기 폐수 분석 같은 정책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 입국 규제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늦추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 교수는 “검사 의무화 같은 여행 제한은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실패했고 대체로 여론용 정책 정도의 기능만을 했다”며 “그런 조치는 정치적 관점에선 필요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민 보호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바이러스 감시 강화를 위해 이번 주 자발적 유전자 증폭(PCR) 검사 프로그램을 갖춘 공항에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를 추가, 바이러스 정보 수집 공항을 7곳으로 늘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의미 있는 표본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캘리포니아 라호이야에 있는 스크립스 중개연구소(SRTI) 에릭 토폴 소장은 “중국의 데이터 투명성 부족을 고려할 때, 바이러스 변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더 명확히 파악하는 데에는 항공기 폐수 검사가 더 나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프랑스 연구진은 지난 2021년 12월 에티오피아발 프랑스행 항공기 승객들이 탑승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음에도 항공기 2대의 폐수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됐다며 코로나19 검사 의무화로는 새 변이 유입을 막을 수 없다고 지난 7월 밝힌 바 있다.
캘리포니아 연구진도 샌디에이고 지역에서 면봉을 이용한 검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기 최대 14일 전에 이 지역 하수 검사에서 알파·델타·엡실론·오미크론 변이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비드 다우디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공중보건대학원 교수는 “(변이 추적에는) 유전체 감시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폐수 표본이 도움이 되겠지만 검사를 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각국이 중국발 여행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도 이날 중국발 항공기에 대한 폐수 조사 등 방역 강화 대책을 내놨다.
현지 매체 더스타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여행 제한 조치 해제로 중국인 관광객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국에서 출발한 항공기의 폐수를 분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말레이시아 정부는 중국인을 포함한 모든 입국자에 대한 발열 검사를 하기로 했다. 보건부는 발열 증세로 감염이 의심되면 코로나19 검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