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3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잇는 몽블랑 터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터널은 길이 11.6km로 양국 간 이동 거리를 200km 단축한 유럽의 새 동맥이라 불리며 안전의 대명사로 정평이 났었다. 이탈리아는 의용소방대, 프랑스도 전담소방서가 있었고 터널 안에는 18곳의 화재대피소와 77개의 비상전화가 설치돼 있었다. 그런데 1965년 개통 후 34년간 이어졌던 무사고 기록이 어이없이 무너졌다. 트랙터 운전자가 버린 꽁초가 바람을 타고 뒤따르던 트럭의 공기 흡입구로 들어가 큰 불이 났다. 터널 내부는 53시간가량 화염에 휩싸였고 콘크리트가 녹아 암반이 드러날 정도였다. 이 사고로 39명이 숨졌다.
1년 8개월 후 2000년 11월 오스트리아 스키 휴양지 키츠슈타인호른 인근에서 대참사가 벌어졌다. 승객 180여명을 태우고 이곳으로 향하던 산악열차가 터널을 지나다 불이 났다. 열차가 뼈대만 남았고 승객들은 대부분 객실에 갇혀 유독가스에 질식되거나 불에 타 숨졌다. 사상 최악의 참사로 남아있다. 일본도 터널화재가 빈번한 편이다. 1972년 후쿠이현 호쿠리쿠 터널(1만3870m)을 달리던 열차에서 식당칸 난방배선 합선으로 불이 나 30명이 숨지고 714명이 다쳤다. 10년 전 야마나시현 사사고 터널에서는 낡은 볼트 탓에 콘크리트 천장판이 무너지고 자동차에 화재가 나 9명이 숨졌다. 터널 사고는 원인이 사소해도 참혹한 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제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5t 폐기물 집게트럭에 불이 나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은 폐기물에 옮겨붙은 뒤 터널 벽면과 천장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차량 45대가 불길과 유독가스에 휩싸였다. 방음터널이 화재에 취약한 값싼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피해를 더 키웠다고 한다.
이런 터널이 전국에 55개나 있다니 모골이 송연하다.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방음터널에 강화유리와 같은 불연소재를 사용하도록 하는데 우리는 아예 규정조차 없다. 국토교통부는 방음시설을 불연성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1999년 지침을 2012년 들어 삭제했다고 하니 통탄할 노릇이다. 안전불감증이 부른 ‘후진국형 인재’가 틀림없다.

